언론단체들 “황상무의 ‘회칼’이 농담?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
언론단체들 “황상무의 ‘회칼’이 농담?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4.03.15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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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회칼 테러' 거론...말의 무게와 중함 두려워한다면 물러나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 현업 언론단체들이 '언론에 대한 협박'이라며 황 수석의 퇴진을 요구했다.

15일 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황 수석은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며 "그가 그런 판단에 주저한다면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이름과 품격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 테러 사건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언론자유를 염원하던 시민들에게 언론인에 대한 테러를 넘어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조직적 위협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며 “그런데 황 수석은 그 일화를 꺼내든 이유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게 문제였다는 설명을 보탰다. 그는 서둘러 농담이라고 했지만 과거의 언론인 테러를 언급한 것은 해당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또 "현 정부 들어 여권의 좌표찍기에 시달려온 MBC 기자들에게 고위 공직자의 이같은 언급은 권력의 '살기'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언론의 비판을 "대통령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90개 언론·시민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황 수석을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허벅지에 칼 두 방’을 운운하며 특정 언론사를 대놓고 협박하는 망발이 윤 대통령의 수석비서, 시민사회와 소통을 책무로 하는 시민사회 수석의 입에서 나왔다”며 “지금 대통령실은 어떠한 이견과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며, 협박과 보복을 서슴지 않는 조폭집단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도 이날 “황상무 수석은 잘 들어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윤 정권 출범 이후 엠비시 기자들은 정권 비판적 보도나 권력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극우세력에 좌표 찍히며 온갖 협박에 노출됐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질문한 기자는 실제 살해 협박까지 받았고,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기자는 문분별한 사이버 공격에 가족들 신상까지 털리며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며 “황상무 수석은 즉각 공개 사과하고 수석비서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질타했다.

앞서 MBC 뉴스테스크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황상무 수석은 전날 문화방송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엠비시는 잘 들어”라고 한 뒤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거론했다. 이 사건은 1988년 ‘중앙경제’ 사회부장에 재직 중이던 오홍근 기자가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칼럼을 연재하던 중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 테러를 당한 일을 가리킨다. 오 기자는 왼 허벅지를 크게 다쳤고, 국방부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이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 군인들의 조직적 모의에서 비롯된 범죄라는 점이 밝혀졌다. 오 기자는 2022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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