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 올해만 2.7조원...회수율은 10%
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 올해만 2.7조원...회수율은 10%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3.11.1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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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 중단 우려에...정부, HUG에 1조원 추가출자
15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및 피해자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실한 보증보험 관리 체계를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및 피해자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실한 보증보험 관리 체계를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내어준 전세금이 올 들어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사고액이 4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작년 연간 사고액(1조1726억 원)의 4배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HUG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5565억원, 사고 건수는 1만5833건에 이른다. 이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HUG에 대신 돌려달라고 청구한 액수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1∼10월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은 2조7192억 원에 달한다. 이에 HUG 대위변제액은 지난 2018년 583억원에서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세보증 사고율도 올해 8월 6.0%에서 10월 9.6%로 뛰었다. 반면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9년만 해도 58%였던 회수율이 지난해 24%, 올해는 10%대로 떨어지면서 HUG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HUG의 올해 8월 기준 누적 순손실은 1조8761억 원에 달한다.

HUG의 손실이 커져 자본금까지 감소하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박재유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세 보증보험 공급 등 서민 보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HUG의 법정자본금 상향 조정과 자기자본 확충, 보증 배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과 연동되는데, 전년도 자본금의 70배까지 보증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자본금은 6조4362억 원이다.

올해 발생한 대규모 순손실이 자본금을 갉아먹는 데다 보험업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회계상 자본금이 줄어들면 올해 말 기준 자본금은 1조746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란 추정이다.

HUG의 자본 부족 추정액은 4조99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 출자를 통한 HUG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연내 3839억 원의 출자가 이뤄진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7000억 원의 현금 출자가 반영돼 있다.

국회에선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 또는 12조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70배인 보증 한도를 90배까지 상향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회계 결산 공시를 하는 내년 3월 보증 배수는 70배를 한참 넘는 368배로 폭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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