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헌정 사상 첫 해임...정치적 대립.혼란 격화
美하원의장, 헌정 사상 첫 해임...정치적 대립.혼란 격화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3.10.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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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분으로 새 의장 선출도 난망
AP/뉴시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이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성원들에 의해 해임됐다.
AP/뉴시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이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성원들에 의해 해임됐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공화당)이 해임됐다.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미국의 정치적 대립과 혼란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WP(워싱턴포스트)와 연합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매카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표결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고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로써 이날부터 지난 1월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취임한 매카시 하원의장은 10개월 만에 의장직을 잃었다.

이에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하원 의장대리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임시 의장인 맥헨리 의원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임시 의장은 행정적인 처리만 할 수 있을 뿐 법안 통과 같은 업무를 할 수 없다고 WP는 전했다.

매카시 의장의 자리를 빼앗은 해임안은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며 반발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임시예산안에서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한 합의를 하나 맺었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이면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원 혼란이 계속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미 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상하원이 다음달 17일까지 2024 회계연도 본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국은 또다시 셧다운에 빠지게 된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매카시 의장 해임안에 찬성해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양당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새로운 하원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하원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는 하원 의장이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행동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공화당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거나 이번 매카시 의장 해임안 처리 때처럼 민주당과 공화당 강경파가 동시에 지지하는 의장 후보가 나와야 한다. 현재 하원은 공석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 제출은 1910년 조지프 캐넌 의장, 2015년 존 베이너 의장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과거에는 해임안이 가결된 적은 없으며, 공화당 소속이던 베이너 의장은 해임안 제출과 맞물려 당내에서 지지를 잃자 자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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