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7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0.25%p 인상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5·7·8·10·11월에도 금리를 올린 바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p 상향 조정했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일(4.0%) 이후 1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치솟는 물가 탓이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작년보다 5.1% 올랐다. 상승률이 같은 해 7월(6.3%)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5% 이후 최고치다.
이날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전기·가스 요금 인상 영향 등으로 12월에도 5.0%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4%대 초반에서 소폭 하락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대 후반으로 둔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2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미국(4.25~4.50%)과의 금리차는 1.25%에 달했다. 2000년 10월 기록한 1.50%포인트 이후 사상 최고치다. 높은 금리차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시장에 투자할 유인을 떨어뜨려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이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이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다음달 1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리 격차는 1.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금리 격차가 커질수록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치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3.6%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