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해 혐의 택시기사... 무죄 확정
‘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해 혐의 택시기사... 무죄 확정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10.28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피의자 박모(49)씨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19일 오전 12시57분께 제주 동부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2009년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피의자 박모(49)씨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19일 오전 12시57분께 제주 동부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12년 전 발생한 제주 어린이집 20대 여성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전직 택시기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2)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보육교사 A(당시 2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애월읍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됐다.

하지만 경찰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던 해당 사건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장기미제사건이 됐다. 2016년 경찰은 미제 사건 전담팀을 꾸려 이 사건 수사를 재개했고 박씨는 사건 발생 9년만인 2018년 5월 경북 영주에서 검거됐다.

법정에서는 박씨의 차 운전석과 트렁크, 옷가지 등에서 A씨가 사망할 때 입은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가 발견되는 등 간접 증거를 박씨의 살인 여부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으나 미세섬유와 CCTV 영상, 과학수사로 도출한 모든 간접 증거가 박씨를 가리킨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박씨 혐의를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경찰이 박씨 청바지를 위법한 방법으로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고 박씨 택시에서 발견된 동물털은 그와 비슷한 소재로 제작된 옷이 많고 완전히 같은 섬유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동물실험은 모든 조건이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진 게 아니고 A씨가 섭취한 음식물 등으로 봤을 때 실종 당일 사망한 것으로 단정하기 힘들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및 그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