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에 고물상에 팔린 ‘우주 기술’... 수백억 들인 나로호 핵심부품
700만원에 고물상에 팔린 ‘우주 기술’... 수백억 들인 나로호 핵심부품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0.06.26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지난30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한 비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지난30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한 비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2013년 발사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개발에 사용된 핵심 부품의 시험모델 중 하나가 고철로 고물상에 팔렸다가 되돌아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2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3월 20일 나로호 부품 등 폐기 품목 10개를 700만원에 고물상에 팔았다가 판매된 철제 박스 속에 나로호 핵심부품인 '킥모터'(Kick Motor)가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10일 만에 500만원을 주고 되산 것으로 전해졌다. 항우연은 폐기 품목 검토를 입사 3개월 된 직원에게 맡겼는데 운영실장 전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내부 감사에 착수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킥모터는 2단 로켓인 나로호 2단부에 장착된 소형 고체로켓으로,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이 2단부를 우주공간에 올려놓은 다음 위성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 중 하나다.

판매됐다가 되돌아온 킥모터는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인증모델(QM)이다. 킥모터는 체계개발모델(EM)과 QM을 거쳐 개발하는데, QM은 실제 발사 때 쓰이는 비행모델(FM)처럼 제작해 실험실에서 성능을 인증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나로호 개발 당시 EM과 QM을 합쳐 모두 15개의 시험용 킥모터를 제작했으며 일부는 실험 후 파기하고 일부는 현재 우주과학관 등에 전시되어 있다.

문제가 된 킥모터는 전시를 위해 2016년 항우연 대전 본원에서 나로우주센터로 가져간 것으로 전시를 마친 뒤 보관해오다 관리가 잘 안 돼 녹이 스는 등 거의 고철 상태였다. 항우연은 시제품에 대한 관리·보관·폐기에 대한 규정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건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성과물에 대한 규정 미비 등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우리 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할 계획"이라며 "관련 규정도 검토해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