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전원일기
신(新) 전원일기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9.09.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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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그리게 된 삶

[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 농어촌이 농어민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거듭나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 10월 21일 첫 방영되었던 드라마 MBC ‘전원일기’는 양촌리라는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박한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총 1088회에 걸쳐 한국방송사에 기록될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김회장 집안과 일용이네, 다양한 양촌리 사람들의 사실적 이야기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에게 농촌에 대한 실정과 그리움이란 공감을 이끌어내며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촌을 인생의 터전으로 선택하는 젊은 층도 부쩍 늘고 있다. 퇴직 후 노년의 삶이 아닌 청년들의 삶의 터전으로 발전되어가는 젊은 농촌으로 새롭게 기록될 ‘신(新) 전원일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귀농·귀촌’ 달라진 통계 …절반은 40세 미만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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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 위기 이후 복잡한 도시의 일상 에서 벗어나고자 한동안 붐이 일었던 귀농 혹은 귀촌에 대한 관심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18년 한해 농촌에 유입된 인구는 49만330명으로 전년대비 2만 6,487명(5.1%)이 줄어들었다. 이는 2017년의 큰 폭 증가의 기저효과와 그리고 신중하게 준비하는 경향, 귀촌 전 거주지 기준으로 40% 이상을 차지하는 특광역 시의 인구감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 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전반적으로 귀농은 감소했으나 40세 미만의 젊은 귀농인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귀농·귀촌 인구의 연령별 분포도 40세 미만이 49.1%로 가장 높았고, 40대 16.5%, 50 대 17.2%, 60대 이상이 17.2% 순이었다. 
귀농 인구 평균 연령은 49.4세이며 가구주 평균 연령은 54.4세로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인 67.7세에 대비해서 크게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기준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농가구는 1만 1,961가구로 전년 2017년 대비 5.3% 감소했으며, 귀농가구의 평균 귀농 가구원수는 1.49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8.2%로 가장 많았으 며, 전남은 16.9%, 경남 12.6%, 전북이 11.1% 순이었고, 이들 지역이 전체 귀농가구의 58.8%를 차지했다. 

귀농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54.4세였으 며, 주요 연령층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포함된 50~60대가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 
농업에만 종사하는 전업 귀농인은 70.8%를 차지하였고, 농업 이외에 다른 직업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겸업 귀농인은 29.2%로 나타 났다. 

고령의 노인들만이 지키던 텅 빈 농촌이 활력을 되찾고, 1차 산업인 생산에서 가공유 통, 관광 등 종합산업으로써의 농업이 창업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이동하였거나 농어업에는 종사하지 않는 귀촌가구는 32만 8,343가구로 전년대비 1.7% 감소했으나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44.9세로 귀농·귀어인에 비해 다소 낮았다.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는 교통여건이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지리적 이점이 있어 지역별 귀촌현황에서 26.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경남이 12.1%, 경북은 11.7%순으로 많았다. 귀촌 전 거주지역은 경기가 23.4%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4.2%, 경남이 8.6%순이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이주한 귀촌인이 41.5%였다. 

한편 귀어가구는 917가구로 전년에 비해 1.2% 증가하였으며, 귀어 가구주의 1인 가구 비중이 74.9%로 여전히 높았으며, 평균 연령은 50.9세이고, 40~50대의 연령층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귀농·귀촌인 35.5%가 마을리더 …‘기회의 땅’ 정부지원 적극 중앙 정부와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귀농·귀촌 인구를 통해 농촌의 인구 감소를 해소하고 동시에 쇠퇴하는 농업 생산 기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2007년 이후 적극적인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수립·시행하기 시작했다. 

농림부의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귀농인은 그렇지 않은 귀농인보다 소득 증가폭이 두 배(2012년 귀농자 기준 평균 1,523만원 대 68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함께 실시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 사('14~'18)’ 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 후 정착기간이 길수록 지역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35.5%는 마을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50세 이하가 37.9%로 기존 농업인들 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59.7%가 다양한 분야에서 학위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귀농·귀촌 동기로 40세 이하에서는 생계형이나 경제형 보다 생태적 가치, 공동체 등을 추구하는 대안가치형이 많았고, 41 세 이상에서는 은퇴·전원형이 다수였다. 
준비·이주·정착 과정에서도 최근 귀농·귀촌인일수록 준비기간이 길고 준비 교육도 많이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착 후시간이 경과하면서 지난해에는 58.1%가 스스로 ‘성공적인 편’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성취만족도는 5점 만점 중에 ‘개인의 행복과 만족’이 3.6점, ‘원만한 가족관계’ 3.4 점, ‘주민 융화’ 3.3점 순이었다. 
반면 조사기간 중 89명(8.6%)이 도시로 이주 하였으며, 요인은 영농실패(18명), 일자리(5 명), 건강(5명), 자녀교육(5명) 등이었다. 

ⓒMBC홈페이지 캡쳐
ⓒMBC홈페이지 캡쳐

 

농식품부는 지난해 3000억원 수준인 ‘귀농 창업자금’의 예산을 올해 4600여억원으로 추가 확보해 지원하고, 지난해 말 개정된 귀농어귀촌법에 따라 지난 7월 1일부터 농촌에 거주하는 비농업인도 영농 창업 시 지원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1400개 마을을 대상으로 귀농· 귀촌인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 완화를 위한 ‘마을단위 찾아가는 융화교육’을 진행 중이며, 청년귀농 장기교육도 전년보다 두 배 수준인 100명으로 늘려 최장 6개월간 실습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 귀농·귀촌 활성화 정책과 지원을 강화했다. 

정착지, 주택지 선정 시 고려할 점 
지난 3월에 한국인 40-50대 연령층에서 시청률 1위 TV프로그램으로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선정된 2019년 3월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도시의 스트레스가 농어촌이나 산골 생활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란 대리만족 때문일지 모른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전원생활을 동경 하더라도 선뜻 귀농, 귀촌을 결심하기위해 서는 큰 용기도 필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의 각 분야의 인프라가 도시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도시를 떠나 이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도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 및 귀촌을 선택하는 이들은 돈의 가치보단 자연의 가치에 집중한다. 

주택지를 고를 때도 계곡을 끼고 있는 ‘계세 권’이나 산림에 둘러싸인 ‘산세권’을 선호하 기도 하고, 농업에 도전하는 이들은 기회의 땅으로 환경 조건을 따질 것이다. 
전원생활이라고 해서 전통 한옥을 떠올리 지만은 않게 된다. 고풍스러운 유럽건축물 이나 도시형 모던건축물 등 다양한 건축자 재들로 지어진 전원주택단지 형태의 외지 인들로 구성된 마을이 형성된 곳이 많아졌 다. 

애초부터 쫗은 땅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이미 전원생활로 정착해 사는 이들은 땅의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부지를 선택하기보 다는 향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만들어갈 수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 다. 
건축을 할 경우 토지의 방향과 경사를 판단 하고 도로의 지적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야하며, 현장답사를 통해 주변의 혐오시설 이나 오염원이 있는지 등 가치를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마을과 너무 고립되지 않으면서 적당히 독립적인 위치여야 전기나 가스 등 편의시설, 안전, 접근성 등이 유리하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인·허가를 받고 토지사용승낙이나 민원문제가 발생할수 있고 기초공사, 건축 설계·준공, 조경, 인터리어 공사 등 관리와 비용, 안전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사후 하자보수 및 관리가 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 건축시공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림식축산식품부
ⓒ농림식축산식품부

 

농촌에 대한 안전대책 미흡 …고령 농업인의 ‘안전’ 화두 
지난해 8월 경북 봉화군에서는 4년 전 귀농한 김모 씨가 마을 주민과 급수 여부를 놓고실랑이를 벌이다가 중재를 나선 면사무소 직원들이 마을 주민 편을 들자 격분하여 엽총을 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처럼 기존 주민과 귀농· 귀촌인과의 갈등이 농촌에 정착하는데 힘들 것이라는 일명 ‘텃새’를 걱정하기도 한다. 

사업상 경쟁자로 여기거나 공동작업이 많아 큰 갈등이 생기면 관계가 회복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와 범죄는 도시도 빈번하다. 텃새와 인심에 대한 문제로 보면 농촌이 어떠한 면에서는 도시에 비해 안전하지만 농촌에 대한 안전대책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고령 농업인의 안전·활용 교육에 대한 우려도 높고 고된 노동과 거친 농기계 등으로 인한 농번기 사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등 부상의 위험이 높다. 
농진청의 농업인 안전사고 자료를 보면 농기계 다루다 넘어지는 경우가 22.6%로 많았 고, 운전사고 21.5%, 추락, 충돌, 접촉 등의 순이었다. 

‘삶터, 일터, 쉼터’ 농어업·농어촌에 국민 무관심 심각 
지난 26일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농촌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2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촌 발전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한국 농촌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새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농업뿐만 아니라 문화·관광 등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농촌 경제 구조를 확장해야 한다. 앞으로의 농촌 정책은 이런 시대 변화의 흐름 위에 서 다각도로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은 지난 6월 출범 100일을 맞아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문재인표 농정이 과연 있는 것이냐, 과거와 달라진 것이 무엇 이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농어업과 농어촌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농정이 3농에 갇혀 일반 국민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한 미래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농어업과 농어촌을 농어민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 일터, 쉼터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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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익형 직불제와 관련해 그는 "농민들의 소득 보전 수단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어민들이 창출한 공익적 가치에 대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공익기여지불'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익형 직불제는 농정을 농어민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행복에 기여하는 농정 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 같은 전환에 성공할 때에만 농어민의 소득 문제가 해결되고 농어민의 행복도 증진될 것"이 라고 말했다. 

다만 농어민에게 요구되는 '교차준수의무 (cross-compliance)'가 과제라는 점도 짚었다. 
우리는 자연과 시골의 의미를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질병의 회복을 돕는 자연과 창업과 기회의 땅인 시골로 말이다. 

또한 귀농이나 귀촌을 떠나 투자를 목적으로 소비적 성향이 강한 호화 전원주택, 분양 펜션 등 다양한 부동산으로 수익 보장을 내걸며 과대광고해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귀향을 꿈꾸게 한다.  이제 미세먼지, 환경오염 등과 싸우며 자연 과의 공존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도래했 다. 자연은 인간에게 필요한 원료들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치유의 역할을 한다. 자연이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고 다양한 생물들에 게는 삶의 터전이라는 당연한 사실에도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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