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사는(LIVE) 집. 사는(BUY) 집.
[발행인 칼럼] 사는(LIVE) 집. 사는(BUY) 집.
  • 편집국
  • 승인 2018.09.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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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대윤 국장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한국엔 여러 형태의 집이 있다. 사는(LIVE) 집과 사는(BUY) 집. 이를 각각 1, 2라고 하자. 살(1)긴 하는데 살(2) 수 없는 집, 사(2)긴 하는데 살(1)진 않는 집, 그리고 사(2)서 사(1)는 집 등 크게 3가지 형태의 집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형태의 집을 꿈꾼다. 살(1)고 싶지만 살(2) 수 없는 집. 그리고 이것을 어떤 이들은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최근에는 집 주소도 스펙으로 쳐준다는 말도 나온다. 이젠 굳이 강남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자기 집이 있으면 제법 사는 사람이라 여겨지니 말이다. 옛 부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등의 속담이 있다. 이는 계층과 지역 간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또한 지체 높은 서울이기에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올라가는 것’이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서울에서 사(2)는 집을 얻기는 갈수록 힘들기만 하다. 이미 서울 집값 상승을 막으려고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놓을수록 수요자들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고 받아들이고, 수요가 몰리니 집값도 또 올라간다.

1년새 수억이나 상승한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 부적절한 것은 그 스스로 “용들만 강남에 사는 게 당연하다”고 인정한 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지방 투자자들이 서울에 집을 사기위해 돈뭉치 들고 상경하고 있다. 이젠 지방에 사는 용들까지 강남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정말 ‘뱀의 머리’ 보다 ‘용의 꼬리’가 나을까?

하지만 용처럼 보이는 서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용이 아닌 ‘용두사미(용 머리에 뱀 꼬리)’의 요상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형상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런 서울을 하나의 커다란 용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뱀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목적을 알 수가 없다.

살긴 불편해도 일단 사야 하는 게 강남, 서울의 집이지만 삶의 질까지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로선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고 나무를 한그루라도 더 심어도 모자랄 판에 그린벨트를 풀고 외곽에 가구 공급을 늘린다고 강남,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절대로 줄어들진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서울이 아니어도 살기 좋은 지역은 전국 어디든 늘 비싸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독 사고 싶은 집이 서울에 몰려있는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2)는 집이 아닌 사(1)는 집에 답이 있지 않을까?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서 사고 싶게 하는 게 답이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이 워낙 커서 투기하기 힘들었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하향평준화나 상향평준화로 접근하니 답이 없다. 정부의 정책에도 투기는 여전하고 실수요자들은 불안하고 서민들은 자괴감이 든다. 까짓것 사랑하는 가족들과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가치가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아는 가장 큰 숫자라고 여겨보련다.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 ntpress@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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