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합의든 합리화든
[발행인 칼럼] 합의든 합리화든
  • 편집국
  • 승인 2018.04.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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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대윤 국장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부부싸움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기본적이고 사소한 생활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다툼이 생기면 원인부터 찾게 된다. 그러나 평소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잘못이 누적되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가 되고서야 불만과 갈등의 원인으로 드러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 순간순간 선택하면서 더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다보면 이는 합리화로 비춰질 수도 있을뿐더러 합의의 대상조차 되기 힘든 기준까지 만들어져버린다. 부부간에 치약을 짜는 방법이나 양말을 뒤집어 놓는 것 등으로도 싸우게 되는 데 말이다. 게다가 서로 신뢰가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에서 이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문제나 생계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서는 반드시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족의 중요한 사안을 두고 양말이나 치약 따위로 싸우느라 뒷전으로 미뤄둘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만한 합의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가 방해 요인이 된다는 것은 부부 개인에게 본질을 흐릴 정도의 감정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라면 아마도 엇나가거나 일찍 철이 들어 혼자 독립해버리고 싶을 것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매한가지다. 여야 정치권은 입장차로 공전을 거듭하고 툭하면 합의가 불발되었다는 이유로 국회 본회의도 무산시키기 일쑤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치한 부부싸움 같기도 하지 않은가?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여론몰이에 몰두하고 정작 합의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을 몰라서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런 것일까? 결과적으로 국가와 국민이 우선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보다 못한 국민들은 혀를 차며 등을 돌려버리거나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만 봐도 알 수 있다. 20만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을 비롯해 갖가지 분야별 국민의 분노도 매일 수백 건씩 봇물을 이룬다. 이마저도 원론적 답변을 받거나 민심의 화풀이용일뿐 ‘신문고’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개헌안 합의, 개헌안과 6·13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등의 처리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인터넷 댓글 여론조사 연루 의혹 등의 문제 중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까? 더 심각한 것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안건만도 9천여 건인데 ‘볼모’로 잡혀있을 뿐이다.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민들을 위해 합의를 했다고 합리화를 하든,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합리화시키는 합의든 일단 해야 한다. 그래야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 ntpress@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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