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질환 중 가장 흔한 다낭신, 당뇨·고혈압은 만성신부전 주범
유전성 질환 중 가장 흔한 다낭신, 당뇨·고혈압은 만성신부전 주범
  • 정대윤 기자
  • 승인 2017.12.2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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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상상력은 의학 발전에 많은 영감을 주며 인문학적 은유는 환자의 질병 이해도를 높인다 .

[주간시사매거진 = 정대윤 기자] 만성 신부전의 흔한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만성 사구체 신염, 유전성 다낭신 등이 있다. 모든 신장병이 만성 신부전으로 이행되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에는 당뇨병에 의한 신부전이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30년간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당뇨병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운동 부족과 비만,고지방ㆍ고칼로리 식사, 고당분 음식, 가공된 식품 등의 과다 섭취로 당뇨병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젊은 년령층 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당뇨병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하도록 힘쓰는 일이 중요해졌다. 중요한 만성신부전의 원인되는 당뇨병의 중요한 합병증의 하나인 신장 질환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이행되어 투석이나 이식같은 신대체 요법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신장 질환은 초기 자각증세가 미약하여 조기 인식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이므로 오랜 기간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소변 검사나 혈액검사, 초음파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예일성모내과 이승헌 원장

-가톨릭의대 졸업, -내과전문의, 신장분과전문의, -투석전문의:-1994~2005 :가톨릭의대 내과 교수, -1996 :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리검 앤 위민스병원 내과, -1998~2000:미국 콜로라도주 대학병원 내과, -2006~2008:미국 콜로라도주 대학병원 내과, -2008~2015: 미국 코네티컷주 예일대학병원 내과 부교수, 패컬티-現,예일 성모 내과의원 원장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신장 투석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수는 4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약 19만 명이 만성신장병 환자로 지난해 신장투석이나 이식환자는 9만 4천 명이라는 통계 수치를 내놓았다. 해마다 신장질환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당뇨, 고혈압 환자수의 증가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신대체 요법 즉 투석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중 약 절반이상이 당뇨병으로부터 오게 된다.

특히 정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정규적인 직업을 가지기가 어렵고 식이조절을 해야 하므로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어 더욱 힘든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정신적 부담을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와 관심은 큰 희망이 된다. “다른 병원과 달리 저희 병원은 혈액 투석실 환자들을 따로 면담하고 진료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어 가급적 환자들과 많은 이야기, 신장이식등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일 성모내과 이승헌 원장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당뇨, 고혈압, 신장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질병의 근원적이고 유전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의사 과학자(Physician Scientist)로서 질병의 근원적인 탐구는 물론, 사람의 자의식과 질병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찾아 연구 활동과 진료를 병행해 온 인물이다.

환자의 눈높이 맞추어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친절한 설명을 추구하고 있는 이승헌 원장은 오랜 미국 생활에서 경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궁금한 환자들에게 질병의 원인을 알기 쉽게 표현하며 치료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의사다. 이 원장은 진료실에서 인문학적 은유나 수사를 질병의 설명과 묘사에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세 교수가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발견은 인문학적 통찰에서 비롯된 연구가 의학의 깊이를 더해간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죠. 치료제의 개발도 마찬가지로 질병의 근원부터 접근해야 가능해 집니다 저 역시 처방과 치료에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자들에게 질병의 원인을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해 드리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승헌 원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통을 통해 치유하는 신뢰받는 의사였다.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와 느낀 것 중 하나는 보험 체계였어요. 미국은 개인의 수준에 맞게 보험을 선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하나만 있고 선택이 없는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동네의원에게는 불리한 구조였습니다. 이는 최고를 지향하는 성향과 맞물려 유명 대학 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동네 의원의 신뢰도 구축에는 언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승헌 원장은 앞으로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교육하기 위한 의료보험의 수가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일차 의료기관의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도 더욱 신뢰를 쌓아가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가 되어야 발현되는 위험한 유전성 다낭성 신장질환

미국에서 10여 년간 다낭신(유전성 다낭성 신장질환)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해 온 그는 ‘통계적으로 1000명당 1명꼴로 다낭성 신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가장 흔한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낭성 신장질환의 증상 발현 연령대인 50대 후반쯤에는 반 이상이 말기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 같은 신대체 요법을 필요로 하게 되고, 자손의 50%가 이 질환에 이환된다. “50대 전에는 이상 징후가 현저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 질환에 관한 일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편이에요.”

예일성모내과 이 원장은 50세가 되기 전에 그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낭성 신장질환은 필요한 경우 조기에 영상검사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낭종의 형성을 막을 수는 없으나 고혈압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 신장 손상을 늦출 수 있으므로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며, 다낭신이 악화 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 다낭신 연구를 하는 동안 그는 동료들과 더불어 네이처(Nature genetics), JCI, PNAS지등 유명과학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으며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The Marquis Who's who publication board)에 7년 연속 등재되기도 한 실력파다.

끊임없는 연구와 집필의 힘은 ‘환자와 쌓은 교감으로부터 얻은 이 일의 보람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얼마 전 영화와도 같은 일을 겪었다. 며칠 전, 직원 한 명이 대리운전을 부르게 되었는데 이동하면서 기사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승헌 원장의 이야기인 것 같아 물어 확인한 바, 대리기사가 애타게 찾고 있던 의사였던 것. 그들의 인연은 이러했다. 대리기사는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데, 죽을 고비가 두 번 정도 있었다는 것. 다행히 그때 좋은 의사를 만나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때 그 의사 분을 꼭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병원에 근무한다는 손님의 말에 옛 고마움이 생각나 던진 말이었지만, 이는 곧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직원분이 차를 타고 가면서 저에게 카톡을 보내왔어요. 지금 대리운전 기사님이 원장님의 옛 환자인데, 꼭 한번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대리운전 기사는 곧 이승헌 원장을 직접 찾아 올 약속을 잡았다.

이 원장이 세상이 참 좁다는 걸 실감하던 순간이다. ‘누군가의 삶에 좋은 긍정의 힘을 드릴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 한다’는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더욱 많은 환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더욱 바삐 움직일 계획이다. 그는 현재 연재 중인 의학 속 인문학 이야기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만큼, 후에 좋은 의학 교재가 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인문학적 상상력에 많은 영감을 받고,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양질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책으로 나눌 생각이다.  


[주간시사매거진 = 정대윤 기자 / sisa@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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