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경계령'에 독자 행보…단일화 안갯속

2021-01-12     정대윤 기자
서울시장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화 방식을 두고 안 대표의 입당 외엔 방법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안 대표는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최근 우파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는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보수 인사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회동한 뒤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고, 11일에는 무소속 상태인 홍준표 대표를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만났다.

동화사 방문의 경우 외견상 대한불교조계종의 상징적 어른인 진제 종정에게 신년인사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복당하지 못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대립하고 있는 홍 의원과 동석한 데 대해 해석이 분분했다.

또 11일 저녁에는 당초 이언주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캠프를 방문하고 박형준 예비후보까지 차례로 만날 예정이었다. 차후 일정이 변경됐지만 적극적으로 보수 유력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입당 외 야권 단일화의 협조적인 태도를 쉽게 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우선 서울시장 후보로서 보수층까지 공략할 수 있는 인물들을 만나고 다니는 데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양 쪽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 공관위가 예고한 후보 등록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안 대표가 당 외부 보수 인사들까지 만나고 다니는 걸 봐서 당장 입당할 거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그러면 일단은 야권이 나뉘어져 3자가 경쟁하는 구도로 가게 될 걸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입당을 거부하며 독자적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안 대표의 대응이 계속될 경우, 야권의 단일화보다 다자 대결의 구도가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안 대표의 서울시장 언급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자체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제안한 당대당 통합 등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안 대표가 정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당으로 들어오든지 (입당)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안 대표나 당내 중진들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하는 등 당 내 입단속까지 나선 상황이다.

안 대표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진용도 안 갖춰진 상태에서 무슨 당에 들어와라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며 "그게 최선의 방법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1야당의 입장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일단 자체 후보를 뽑으려고 할 것이고, 안철수 역시 자신감이 있기에 당분간은 이 대립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3월 초까지는 단일화하지 못하고 현재 같은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