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오전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사흘 만이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을 비롯해 모회사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와 경영진 자택 등 주요 대상이 모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구 대표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 주거지 3곳, 티몬 본사와 위메프 사옥 등 관련 법인 사무실 7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결재 문서와 보고서 등 내부 문건, 휴대전화 등을 확보 중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의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해 사기와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고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약 2천100억원 규모다. 앞으로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결제 대금이나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며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 대표는 판매자금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으로 써서 남은 게 없다는 발언도 했다.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빼 쓴 과정에서 내부 절차나 규정을 무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경영진의 사기 혐의뿐만 아니라 횡령·배임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큐텐 자금 흐름에 불법 흔적이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뒤 구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즉각 출국금지하고, 법리 검토 등 기초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과 금감원이 넘긴 자료를 토대로 큐텐 등 내부 자금 흐름과 판매대금의 규모, 행방 등을 확인한 뒤 구 대표 등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