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수차례 부재중 전화도 공포심 느꼈다면 ‘스토킹’ 맞다”
대법원 “수차례 부재중 전화도 공포심 느꼈다면 ‘스토킹’ 맞다”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3.05.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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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화통화 이뤄졌는지 상관없어…피해자 신속 보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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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29차례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경우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이달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10월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에도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200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형량은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더라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 문구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해 피고인이 보낸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례 기준이 된 2005년 대법원 판례는 스토킹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던 시절의 판례였다. 이후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판례가 생겨났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 피해자에게 유발되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고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불안감이 생긴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스토킹이 반복돼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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