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성폭행 미수’ 20대男 무죄 확정...피해자 “참담하고 비통”
만취 여성 ‘성폭행 미수’ 20대男 무죄 확정...피해자 “참담하고 비통”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3.04.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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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피해자인가’ 의심받는 준강간...대법원도 공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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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클럽에서 만난 만취한 여성을 모텔로 옮겨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대법원도 공범”이라며 반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준강간미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형법은 ‘준강간’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정의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5월 새벽 서울 홍대의 클럽에서 피해자 B씨를 처음 만나 술을 마셨고, 만취한 B씨를 차에 태워 경기도의 한 모텔로 데려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당초 검찰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를 불기소했지만, 이후 피해자의 항고와 재정신청으로 A씨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이 여성의 당시 상황을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볼 것인지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중 5명이 ‘A씨에게 죄가 없다’는 평결을 내려 무죄가 선고됐다. 2심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 있고, 클럽에서 만난 남녀라면 당연히 성관계에 동의할 것이라는 왜곡된 통념과 편견의 결과"라면서 대법원의 원심판결 파기 환송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이날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 A씨는 공대위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A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너덜너덜해진 명예마저 지키지 못하고 또다시 세상에 외면당했다”면서 “잘못을 깨닫지 못한 가해자는 반성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당당하게 이 사회를 활보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오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늘의 결과는 성폭력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의 사례로 영원히 박제될 것”이라며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법관들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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