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셀대 소녀상 기습 철거...총학생회 “대학, 日정부 압력에 굴복”
독일 카셀대 소녀상 기습 철거...총학생회 “대학, 日정부 압력에 굴복”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3.03.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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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서명운동 시작할 것"
ⓒsbs화면캡쳐
ⓒsbs화면캡쳐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3월 9일 새벽, 독일 중부에 있는 카셀 주립대학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기습 철거됐다. 이에 카셀대 총학생회는 “우익 보수 정부(일본)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13일(현지시각)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문을 내어 “9일 소녀상이 아주 이른 아침 대학에서 철거됐다. 총학생회는 대학이 (일본) 우익 보수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셀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주도해 2022년 7월 8일, 최초로 독일 대학 캠퍼스에 설립한 카셀 소녀상 '누진'(쿠르드어로 새로운 삶을 뜻함)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사례를 보고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세워진 뜻깊은 평화비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카셀대에서 예술품 영구전시는 교육과 학술연구 프로젝트가 지속해서 병행되고 설치장소에 대한 내용상 관련성이 입증되는 경우만 학교 교수진과 총장단과의 공동결정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이번 동상(소녀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이 소녀상은 영구 전시 예술품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총학생회가) 소녀상을 임대받은 차용인임에도 불구하고 당일 철거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고, 소녀상 작품의 행방 또한 통보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총학생회에 대한 대학의 공식 통지나 명령은 없다”면서 “소녀상과 (소녀상을 매개로 한) 교육 활동에 전념한 학생의 노력을 대학이 지지해주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캠퍼스 내 학생회관 바로 앞에 있던 평화의 소녀상은 성폭력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비다. 소녀상은 억압과 낙인에 대한 투쟁을 상징하고 강인한 용기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전쟁 범죄 중 하나인 전시 성노예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압박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2017년 유럽에서 처음 세워진 독일 비젠트시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의 소녀상에도 일본 정부의 문제 제기와 극우단체의 항의 메일 등 철거 압박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리아협의회, 일본군 '위안부' 행동, 카셀소녀상 지킴이(Initiative Friedensstatue für Kassel) 등은 식민주의와 파시즘의 맥락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더 이상 가해자의 편에 서서 은폐되지 않도록,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 '누진'을 캠퍼스 정원에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또한 오는 15일 오후 대규모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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