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文 “선생이 꿈꾼 세상 여전히 숙제”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文 “선생이 꿈꾼 세상 여전히 숙제”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12.26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거민·공장노동자 팍팍한 삶, 현실 고통속 사랑·희망 담아내...78년 초쇄 이후 올 7월 320쇄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작가가 25일 80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난장이 가족'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은 조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가의 타계 소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의 애도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작가가 25일 80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난장이 가족'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은 조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가의 타계 소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의 애도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씨가 향년 80세에 숙환으로 별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고인의 별세에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 있다”고 애도했다.

지난 25일 도서출판 이성과힘은 "조세희 작가가 저녁 7시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대 문창과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해 등단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작품을 쓸 수 없었다. 엄혹한 유신시대, 악이 선을 가장하고 글이 감옥이 되는 시대에 그는 작가가 되길 포기했다.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1975년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어느 날 재개발 지역 철거 동네 세입자와 식사를 하던 중 철거 반들이 대문과 담을 부수며 들어왔고 그날 그는 철거반들과 싸우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노트 한 권을 샀다. ‘난장이 연작’은 거기서 태어났다. 이후 1978년엔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등 연작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난쏘공'은 서울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사한 작품이다. 난쟁이 일가족을 통해 산업화 시대 철거민과 공장 노동자 계급의 팍팍한 삶과 고통을 그린 ‘난쏘공’은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담아냈다. 당시 비평가들로부턴 그닥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책은 1980년대를 지나며 대학가 필독서로 읽히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전 국민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했고, 누적 발행 부수는 148만부에 이른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고인의 별세를 애도하며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의식과 실천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며 “‘분노할 힘마저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선생님이 소설을 쓰지 않고 ‘당대비평’ 잡지를 만들던 시기에 그 이유를 묻는 제 질문에 ‘이 시대에 소설 쓰기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쓸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 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