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무인점포 컵라면 훔친 여성...생필품 챙겨 건네준 경찰
‘배고파서’ 무인점포 컵라면 훔친 여성...생필품 챙겨 건네준 경찰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2.12.2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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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해결 위해 16차례 절도 행각 벌여, 정신장애 앓고 있고 생활고 심해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부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여성이 무인점포에서 라면과 생활필수품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라면과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했다.

22일 부산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달 초쯤 일주일간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무인 점포에서 16차례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CTV에 찍힌 영상에는 한 여성이 주위를 둘러보다 컵라면과 생수를 챙기고 나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부산진서 소속 형사들은 현장 CCTV를 통해 한 여성이 물품을 가져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 여성은 일주일 동안 16차례에 걸쳐 8만 원 상당의 물품을 몰래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를 특정해 추적에 나선 경찰은 수사 끝에 물건을 훔쳐 간 A(50대·여)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검거를 위해 주거지로 향했다. 하지만 주거지에 다다른 경찰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A씨와 남편 B(60대·남)씨가 사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 씨는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과 1.5평 규모의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훔친 생필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을 찾아온 형사들에게 A씨는 “가지고 가면 안 되는 걸 알았는데...배가 고파서 계산도 하지 않고 가져가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A씨 부부가 사는 곳도 여인숙을 개조한 고시원이었다. 한겨울이었지만 난방도 되지 않아 냉기가 감돌았다. 제대로 된 가재도구나 음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같은 사연을 확인한 경찰은 오히려 컵라면과 마스크를 직접 구입한 뒤 이들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어 관할 주민센터에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A씨 부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관할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들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주민센터에 찾아오기도 했으며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이들을 살피고 있었다”며 “조만간 가정방문을 통해서 추가로 이들을 도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절도 피해가 발생한 만큼 A씨에 대한 법적인 절차는 밣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담당 형사들이 직접 라면을 사서 피의자들에게 전달했다. 피의자들은 잘못을 인정하며 형사에게는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며 "사정이 딱한 것은 알지만, 물건을 가져간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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