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한국은행(한은)이 전·월세 등 주거비 하락으로 4%가 넘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곧 둔화한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근원물가를 밀어 올릴 변수로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근원물가는 앞으로 금리 인상과 경기 하방 압력 증대, 주거비 하락 등 영향으로 상승세가 점차 둔화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중 6.3%까지 높아졌다가 이후 점차 둔화돼 최근 5% 수준으로 다소 낮아진 반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최근까지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되며 지난달 상승률이 4%대 초중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유가와 곡물가와 같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수요 압력에 의한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삼는 한은은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근원물가 흐름을 중요하게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7월 3.9%에서 8월 4.0%로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근원물가 흐름에 대해 외식물가처럼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큰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이연된 소비 수요, 공급 병목 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은은 주거비 하락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한다고 예상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올린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며 매매 거래가 위축됐고 전세 매물 확대 등으로 전세뿐 아니라 월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내 집세 가중치가 큰 점을 고려하면 주택시장에서 전·월세 하락세가 지속되면 상당 기간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근원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폭이 확대될 경우 비용 측면의 상방 압력이 상당 폭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를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동안 올랐던 원자재 가격 등에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과 글로벌 공급망 내 불확실성은 근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데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5%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각각 4.2%, 3.1%로 전망했다.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