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유족들에 따르면 조 전 부총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고인은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케인즈 학파의 일원으로 많은 학문적 업적과 제자를 남겼다.
고인은 1928년 강원 강릉군 구정면 학산리에서 태어나 강릉중앙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평양에서 판사로 재직하던 작은아버지에게 맡겨져 평양중학교를 다녔다. 그뒤 경기중학교에 편입해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후진국의 외자 조달 방안’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유학 전 육사 영어교관으로 일하며 전두환·노태우씨에게 영어를 가르친 인연으로 1988년 노태우씨가 대통령이던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1992년부터는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이후 민선 초대 서울시장, 제15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었다. 그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재만 3번 맡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흰 눈썹(백미·白眉)과 번뜩이는 눈빛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서울시장 선거 당시 유행했던 ‘판관 포청천’이라는 드라마를 이미지메이킹에 활용하기도 했다.
한편, 조 전 부총리는 1968년부터 20년간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좌승희 전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등 ‘조순학파’ 제자들을 가르치며 정 전 총리와는 ‘경제학 원론’을 공저하기도 했다.
성장 제일주의와 재벌 중심 정책 지양, 계층 격차 해소 등 균형 성장이 고인의 학문적·정책적 소신이었다. 부총리 재직 당시 토지공개념을 ‘구한말 갑오경장’에 빗대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강원랜드 대표 등을 지낸 장남 조기송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이고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