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 가족과 헤어진 40대, 경찰도움으로 35년만에 극적 상봉
5살 때 가족과 헤어진 40대, 경찰도움으로 35년만에 극적 상봉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2.05.0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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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5살 때 전주에서 길 잃어…부산진경찰서, 비슷한 연령 대상자 556명 추적 성과
5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헤어졌었던 박정옥(가명·41·여)씨는 2일 오전 부산진경찰서에서 헤어진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뉴시스
5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헤어졌었던 박정옥(가명·41·여)씨는 2일 오전 부산진경찰서에서 헤어진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35년 전 5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헤어졌던 40대 여성이 부산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가족과 재회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산진경찰서 7층 대강당에서 35년 전 헤어진 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 2월 부산에 사는 박정옥(가명·41·여)씨는 “35년 전 헤어진 가족을 찾고 싶다”며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박씨는 다섯살이던 1987년 전북 전주의 노상에서 발견돼 보육원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박씨는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과 부모님의 이름을 기억했지만 본인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이름을 하고 실제 나이보다 2살 어리게 살아왔다.

경찰은 박씨를 장기실종아동의 가족을 찾는 '리-멤버(Re-member)'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하고 박 씨의 가족을 찾아 나섰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을 기억해 재검토하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경찰청은 2008년부터 모든 실종 사건을 데이터화해 실종 수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은 각종 자료를 검토해 박씨로 추정되는 비슷한 연령의 대상자를 556명 찾아냈다. 박씨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그 중 6명을 추려냈고 집중적인 탐문 끝에 박씨의 가족들을 찾아냈다. 실종팀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모친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박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박씨는 상봉식이 이뤄지는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과 포옹을 나눴다. 박 씨는 "생일 때마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며 "아플 때마다 꿈에서 엄마 얼굴이 나오는데, 얼굴을 알지 못해 항상 뿌옇게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딸을 찾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평생 안고 살다가 15년여 전에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언니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이라며 "먹고살기도 힘들었고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시기였지만, 형제들이 정옥이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실종팀 김미현 경장은 "유전자 등록을 하는 것이 실종된 가족을 찾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본인이 기억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를 구분해주면 실종자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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