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합의가 무산된 점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결렬 선언
"후보가 자존심이 상한거 같다...40여일안에 봉합되긴 힘들 듯"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연스럽게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나"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홍준표 의원간 원팀 구성이 일단 물건너 간 듯하다. 홍 의원의 재보선 공천 요구 논란으로 두 사람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윤 후보가 홍 의원 요구 중 가족비리 엄단 선언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공천을 수용할 경우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뉴시스 종합결과, 홍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선대본부 참여 합의가 무산된 점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시적으로 원팀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홍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네번의 글을 올려 윤 후보의 만찬회동 직후 불거진 공천요청 논란과 선대본부 합류 무산 등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홍 의원은 결렬의 원인이 윤 후보와 윤핵관(윤 후보의 핵심관계자)들에게 있다고 봤다.
홍 의원은 윤 후보와 윤핵관들을 겨냥 "문제의 본질은 국정운영 능력 보완 요청과 처갓집 비리 엄단 요구에 대한 불쾌감이면서 그것은 비난할 수 없으니 (나의)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았다"며 "그러면서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관계자)들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이는 지난달 초 이후 한달 반만에 진행된 회동으로 홍 의원의 선대본부 참여가 주목됐다.
홍 의원은 회동 직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 ▲처갓집 비리 엄단 위한 대국민 선언을 조건으로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의원은 회동에서 윤 후보에게 서울 종로구재보궐 지역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다음날인 20일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홍 의원을 겨냥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는 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윤 후보도 "공천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공관위원회에 맡겨야한다"고 말하며 홍 의원의 공천추천과 합류 조건들을 거부했다.
또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회동하며 홍 의원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홍 의원과 종로 전략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으며, 자신은 조건없이 윤 후보를 돕겠다고 말하며 홍 대표를 고립시키는 듯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와 홍 의원이 만찬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 감정만 상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이 자신에게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의 처갓집 비리 엄단 주문에 대해서도 만찬 자리에서는 "집권하면 이방원처럼 하겠다"고 말했지만, 만찬 직후 윤 후보는 주변에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홍 의원도 윤 후보가 만찬자리에서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고, 조건을 흔쾌히 수용한다고 하더니 다음날 돌변해 자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이 합류 무산을 넘어 대립할 가능성이 보이면서 원팀은 힘들거란 전망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윤 후보가 홍 의원에게 구애했던 이유는 대선 경선에서 홍 의원이 비록 2위를 기록했지만, 여론조사 비율에서 11%p가 앞선데다 젊은 세대에게도 지지도가 높아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 해야하는 필수 요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 추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안 후보와 가까운 홍 의원이 역할을 해줄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윤 후보측 관계자는 21일 뉴시스에 "후보가 그 날 자존심이 상했던 거 같다"며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다음날 공개석상에서 홍 의원을 비판하고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일이 좀 커진 경향이 있다. 대선이 40여일 밖에 남지 않아 그 안에 봉합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홍 의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윤 후보는 21일 대전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홍 의원과 다시 소통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당이 원팀으로서 정권교체를 해 나가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윤 후보와 홍 의원간 봉합을 점치는 기류도 있다.
홍 의원의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했던 조경태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에 나와 "내부적으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홍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가)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또 김기현 원내대표도 중재를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홍 의원과 오래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0일 논란이 불거지자 홍 의원을 찾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추후 여론조사에서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윤 후보의 행동이 결정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