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민 소령, “탈출 기회 있었지만 민가 피하려 끝까지 조종간 잡아”
심정민 소령, “탈출 기회 있었지만 민가 피하려 끝까지 조종간 잡아”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2.01.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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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E 전투기 조종사, ‘이젝션(탈출)’ 두 번 외쳤지만 탈출 포기...14일 영결식 엄수
故 심정민 소령. 2022.01.13. (사진=공군 제공)
故 심정민 소령. 2022.01.13. (사진=공군 제공)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지난 11일 공군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29·공사 64기) 소령이 비상탈출의 기회가 있었지만 추락 직전까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공군은 "현재까지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 조종사는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 전투기는 11일 오후 1시 43분 수원 기지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했으나 이륙 후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떴다. 심 소령은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 기지로 선회했으나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 발생했다. 심 소령은 ‘이젝션(Ejection·탈출)’을 두 번 외치면서 비상 탈출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제 탈출은 하지 않고 마을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전투기와 함께 추락해 순직했다.

공군은 심 소령이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야산 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비상탈출 적기를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심 소령이 관제탑에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는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키기에 충분한 10초가량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투기의 비상탈출 장치는 2013년 교체한 신형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실제로 비행자동 기록 장치에는 기체가 급강하하던 상태에서 심 소령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가쁘게 호흡을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사관학교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 소령은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하며 기량을 쌓아온 전투조종사다. 지난해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수상할 만큼 모범적인 군인이었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소속 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된다.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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