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부담 커지자 결국 꼬리 내린 정부…혼란은 국민 몫
보유세 부담 커지자 결국 꼬리 내린 정부…혼란은 국민 몫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12.2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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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주택자 보유세 완화 검토…내년 3월 발표
세 부담 상한 낮추고, 올해 공시가로 종부세 산정
흔들리는 정책, 실효성 의문…잘못된 신호 우려도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규제가 맞물리면서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수능 이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급등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강남과 목동 일부 단지에서도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437건으로, 1년(14건) 전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167건으로, 전년(1만5,523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내 부동산 모습.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규제가 맞물리면서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수능 이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급등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강남과 목동 일부 단지에서도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437건으로, 1년(14건) 전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167건으로, 전년(1만5,523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내 부동산 모습.

 

[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  정부가 실거주용으로 집을 가지고 있는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유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집값 급등으로 1세대 1주택자가 내야 하는 세금마저 늘어나자 지금까지 고수해 온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회한 것이다. 이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기획재정부는 1세대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내년 3월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내부에서 논의되는 보유세 완화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에 적용되는 세 부담 상한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이는 보유세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년과 비교해 늘어난 초과분에서 일정 액수를 빼주는 제도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상한이 150%다. 만약 올해 종부세로 100만원을 냈는데 내년에 200만원이 부과된다면 150만원만 내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상한을 120%까지 낮추면 올해와 비교해 20만원만 더 내면 된다.

내년 종부세 과세표준를 산정할 때 올해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내년 공시지가는 올해와 비교해 10%가량 오르고,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는 7% 넘게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 정부안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내년 공시가가 올라도 사실상 내야 하는 세금은 동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도 검토 중이다.

내년 1월 초에 발표할 '세법개정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는 투기 목적이 아닌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 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상속주택, 종중 보유 주택, 공동체 마을 및 협동조합형 주택, 전통 보전 주택 등이 포함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김부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김부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대안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대안별 부담 경감 수준과 효과 등을 충분히 살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보유세 완화 검토를 두고 기존 정부의 정책 기조가 흔들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을 덜게 됐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이 오락가락 바뀌는 탓에 부정적인 시각도 늘었다.

당초 정부는 정치권의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요구에는 선을 그어왔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 주장에 대해 홍 부총리는 "시장 안정, 정책 일관, 형평 문제 등을 감안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보유세 완화에 따른 혜택이 서민·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이달 초 종부세 고지 당시 해당 납세자는 전 국민의 2%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스스로 펼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수 비중이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해왔다. 지난달 기재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0.16%다. 이는 부동산가액을 보유세로 나눈 수치다.

이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개국 평균은 0.53%로 높다. 국가별로는 미국(0.90%), 캐나다(0.87%), 영국(0.77%), 프랑스(0.55%), 일본(0.52%), 호주(0.34%), 독일(0.12%) 순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0.9%(2019년 기준)로 OECD 평균치인 1.1% 밑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종부세 고지 인원과 세액 증가율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분과 토지분을 더한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102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다. 세액 증가율은 100.7%에 달한다.

이번 보유세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집값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잘해서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격이 너무 높으니 가만히 두면 어느 정도 조정은 올 것"이라며 "이를 섣불리 건드리면 다시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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