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제보자 등장해도…여전히 미스터리 증폭
'고발 사주' 제보자 등장해도…여전히 미스터리 증폭
  • 정대윤 기자
  • 승인 2021.09.1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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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김웅이 '대검에 고발' 주문" 밝혀
4월 고발장, 실제 고발장 초안과 흡사해
제3자 통해 야당 전달됐을 가능성 제기
고발장 진위 여부 두고도 의혹제기 여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최초 제보자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나섰지만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진실 공방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검찰에서 야당으로 고발장이 전달됐고, 야당이 이를 토대로 실제 고발까지 이뤄졌다는 연결고리는 여전히 의문 투성이로 남아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의혹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결국 실체 규명은 수사기관을 통해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스버스 보도에서 출발한 이번 의혹의 요지는 총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현 대구지검 인권보호관)가 여권 인사들과 윤 전 총장 처가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건네며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즉, 검찰이 선거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대형 의혹이다.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2건의 고발장과 '채널A 사건'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의 실명 판결문, SNS 사진 등을 받아 텔레그램을 통해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인데, 이 과정에서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표시된 메시지 내역이 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손 검사가 총장을 보좌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는 점에서, 이 고발 사주가 윤 전 총장의 지시로 기획됐다는 의심까지 제기된 상태다.

특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제출했는데, 당시 고발장 초안이 손준성 검사가 그해 4월 김 의원에게 건넸다고 의심되는 고발장 2건 중 하나와 매우 유사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를 토대로 하면 고발 사주가 야당의 실제 고발로까지 이어졌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제보자 등장에도…전달경로는 여전히 의문

미래통합당 순천 출마자인 천하람(오른쪽) 젊은보수 대표와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신과 당의행보에 관한 미래통합당 합류 중도청년정당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3.05.ⓒ뉴시스
미래통합당 순천 출마자인 천하람(오른쪽) 젊은보수 대표와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신과 당의행보에 관한 미래통합당 합류 중도청년정당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3.05.ⓒ뉴시스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JTBC에 출연, 자신이 이번 의혹을 언론에 최초로 전한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자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 등을 전달받은 후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라, 서울중앙지검은 안 된다"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고발장 작성자로 지목된 손 검사, 이를 전달받아 당에 건넨 인물로 지목된 김 의원은 모두 자신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상태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방을 나와 당시 기록이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조 전 부위원장은 JTBC 인터뷰에서 김 의원의 당시 요구를 '당 차원의 항의방문 등 액션을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자신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당에 고발장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자신 외에 당의 다른 이들도 김 의원이 보낸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도 전했다.

8월 실제 접수된 고발장 초안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던 정점식 의원이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당무감사실은 이를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상규 변호사에 다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여권에선 고발장 유통 경로를 손준성→김웅→정점식→당무감사실→조상규 등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정 의원 측은 당시 초안으로 쓰인 자료의 입수 경로에 대해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김 의원이 제3자에게 자료를 건넸고 이를 거쳐서 정 의원 측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해볼 수 있다.

고발장 초안, 검사가 작성한 것 맞나

윤 전 총장 측에선 여전히 고발장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4월3일 전달됐다는 고발장은 '채널A 사건'에서 일명 '제보자X'로 불린 지모씨를 '피고발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발장 앞부분의 피고발인 명단에는 지씨의 이름이 없다.

내용을 두고도 고발장 전달 시점 당시로선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 상태다. 예를 들어 고발장엔 '지○○(일명 '제보자X')은 이철과 평소 서로를 알고 지내는 지인이 아니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런 내용은 그해 6월30일자 한 언론의 단독보도를 통해서야 알려진 부분이다.

또 '지○○이 뉴스타파와 MBC의 '전속 제보꾼'이 돼 윤 전 총장 등을 비방하는 내용을 혼자 제보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가 보도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고발장에 담겼는데, 이 신문에서 '전속 제보꾼'이라는 표현은 일주일께 뒤인 같은 달 10일자 칼럼에서 처음 등장한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입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4개다. 대검 역시 제보자가 제출한 휴대전화 등 증거자료를 통해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고, 향후 검찰이 공수처와 별도로 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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