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편 몰래 내연녀 집에서 불륜... ‘주거침입’ 아냐”
대법 “남편 몰래 내연녀 집에서 불륜... ‘주거침입’ 아냐”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09.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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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 허락 받고 출입…주거침입죄 성립 안 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불륜 목적의 주거침입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불륜 목적의 주거침입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유부녀가 내연 관계에 있는 남성을 공동 거주자인 남편의 허락 없이 집으로 들여 부적절한 행위를 했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내연녀의 남편 B씨가 집을 비운 사이 내연녀의 집에 세 차례 들어갔다가 주거 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외부인이 현재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추정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형태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건의 쟁점은 공동거주자 1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또 다른 공동거주자인 남편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주거 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다.

공개변론에서는 검찰은 불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거침입죄는 시설을 파손하거나 흉기를 소지한 채 출입한 경우에도 성립하는데 불륜도 이 같은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 측은 “의견 대립은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논의 끝에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에 대법원은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동거인 전원의 승낙을 받지 않는 경우 주거침입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1984년 대법원 판결 등 기존 판례가 모두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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