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아팠어...그만 아프고 싶어 먼저 떠나”...여중생의 유서
“나 너무 아팠어...그만 아프고 싶어 먼저 떠나”...여중생의 유서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08.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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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 여중생 유서 공개...“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의 유서가 최초 공개된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유족들이 딸의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의 유서가 최초 공개된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유족들이 딸의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가 공개됐다.

해당 유서는 A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 사거리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제’ 헌화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의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와 성폭행 피해사실로 인해 세상을 등지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양은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고 미안해. 나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었어.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며 그동안의 아픔을 유서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어 “솔직하게 다 털어버리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엄마, 아빠가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얘기 못했어.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그만 아프고 싶었어요”라고 심정을 밝혔다.

A양은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을 벌 받아야 하잖아. 이 일이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심경도 밝혔다.

A양은 유서에서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A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너희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느낀다. 이사와서 잘 못지내고 있어. 적응이 잘 안되네. 내 얼굴 잊지말고 기억해줘”라고 적었다.

공개된 유서는 20일 열린 100일 추모제 다음날 A양의 아버지가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서를 읽던 A양의 부모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A양 부모는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12일 청주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성범죄 피해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B양의 계부 C씨다. 의붓딸과 딸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C씨는 5월 25일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성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의붓딸과 의붓딸 친구에게 술을 마시게 한 혐의(아동학대)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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