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갑질에 정신과 치료까지”... 대구 소방관, 소방서 옥상서 투신
“상급자 갑질에 정신과 치료까지”... 대구 소방관, 소방서 옥상서 투신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1.07.0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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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엔 지장 없어...전공노 소방본부, "갑질 소방관 파면,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요구
대구 중부소방서 전경.(사진=중부소방서 제공)
대구 중부소방서 전경.(사진=중부소방서 제공)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대구에서 한 소방관이 상급자의 갑질을 호소하며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는 한편 갑질 의혹을 받는 소방관을 다른 소방서로 발령조치했다.

2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9시5분쯤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가 상사의 갑질을 견디지 못해 3층 높이의 소방서 옥상에서 투신했다. A씨는 1층 비가림막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떨어졌고, 얼굴과 복부 열상과 우측 무릎 등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20년 10월경 팀장인 소방경 B씨로부터 "너 지금부터 업무하지 마! 넌 안 되겠어!"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었고, 이후 불편한 감정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씨는 평소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투신당일인 21일 A씨는 동료직원과 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같은 팀 동료직원 2명과 다툼을 벌였고, 또다른 동료직원이 A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옥상으로 가 대화를 나눴다. 이후 A씨는 투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진 B씨는 지난해 또 다른 직원을 괴롭혀 갑질에 대한 익명의 투서가 대구시에 접수돼 직장내 부당행위 교육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익명제보는 이번 투신 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노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는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피해자는 상급자인 B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또 지난해 익명의 제보를 통해 투서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 없이 넘어간 것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준비위는 갑질 소방관 파면, 해당 소방서장의 감사관 발령 취소 및 지휘 책임을 물을 것,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구소방본부는 "소방감사담당관으로 전보된 전 중부소방서장을 첫날부터 사건 조사에서 배제했다"며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진행 중인 감찰을 오는 9일까지 마무리짓고, 관련자들을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소방본부는 해당 소방서 관련 직원 30여 명을 상대로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 중이며, A씨에 대해 전문심리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는 "감찰 조사와는 별개로 갑질 행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고 소방안전본부 자체 익명 신고시스템 도입, 정상적인 갑질 설문조사 시행 등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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