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속도 비례하는 '오접종'에 국민 불안..."믿고 맞게 해달라"
접종 속도 비례하는 '오접종'에 국민 불안..."믿고 맞게 해달라"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1.06.15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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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접종 105건 발생, 대부분 접종대상 오류
정량 절반 투여·5배 투여 등 '용량 실수'도
"정부는 현장 소통 강화, 기관은 자정 노력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노원구 미즈아이프라자산부인과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노원구 미즈아이프라자산부인과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 정부가 '상반기 1300만명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는 목표 달성을 앞두고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오접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백신 인센티브와 잔여백신 당일예약제 등을 통해 접종률을 끌어올린 방역당국은 '백신 불안'이 다시 대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접종 오류는 105건으로, 이 중 90건(85.7%)은 접종 대상자가 잘못된 경우다.

지난 11일 밤 전북 부안군 보건소에서 얀센 백신을 맞은 30대는 정량보다 5~6배 많은 백신을 맞아 고열에 시달렸다. 인천 남동구 소재 한 병원에서는 일부 접종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을 투여 기준의 절반 정도만 투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진주에선 지난 11일 얀센 백신 예방접종을 예약한 50대에게 실수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20대가 잔여 백신을 예약해 아스트라제네카를 투여받았다.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백신 오접종이 발생한 병원 정보를 공유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대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접종 금지이니 맞기 전 어떤 백신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는 댓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이 14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이 14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정은경 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계, 지자체와 협력해 현장 점검, 교육, 오접종 사례에 대한 조사와 대책 등을 마련하겠다. 접종 현장 오류를 최소화하고 안전 접종이 되도록 의료계와 협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공급되면서 보관과 용량, 접종연령대가 제각각이라 현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신별로 보관을 따로하고, 접종법에 대한 재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래 독감 백신의 경우 하나의 주사기에 들어있어서 쓰고 버렸는데, 이번 얀센 백신 오접종 사례는 특수주사기가 아닌 일반주사기였기 때문에 실수가 있었다. 특수주사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전북 부안의 과다 투여 사례는 얀센에 대한 별도 주사기가 보급되지 않아서 기존 병원에서 쓰던 주사기로 접종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천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희석을 해야 하는데 흔들면 안 되는 등 백신별로 접종방법이 다르다"며 "의료진이 바뀔 때마다 재교육을 해야 한다. 접종 공간에 백신별 용량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붙여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정부와 민간 양측의 역할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보건소와 위탁의료기관 간의 협조가 잘 안 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현장 행정을 점검해서 현장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하고 있다.

 

이어 "의료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들인 만큼 민간 차원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며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드러난 만큼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대규모 백신 접종이고, 위탁의료기관에서 진행돼 접종 초기에 현장 혼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의료기관에 대해 충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현장에 너무 많은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향후 의료계와 협의해 '안전접종 민관대책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오접종 최소화를 위한 실행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오접종 사례가 발생하면 민관 합동으로 조사하면서 재발방지 조치를 권고한다. 예방접종 후엔 이상반응 신고-보고 체계를 강화한다.

또 오접종이 다시 일어날 우려가 있거나 위탁 접종이 어려운 의료기관의 경우 위탁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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