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개축 붕괴 두 달만에 또 '안전 의식' 무너졌다
주택 개축 붕괴 두 달만에 또 '안전 의식' 무너졌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6.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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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철거 공정 강행…수평 하중 탓, 앞으로 쏟아져
안전 점검·관리 부실…이상 징후에도 후속 조치 미흡
두 달전 붕괴 사고 잊은 '안전 불감증'…또 참극 낳아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간시사매거진=정상원 기자] 광주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 중 무너진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17명이 사상한 사고가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불과 4㎞ 가량 떨어진 노후 주택 개축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가 남긴 뼈 아픈 교훈은 두 달만에 또다시 무너졌다.

10일 광주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무너졌다.

곧바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섰던 시내버스(54번) 1대가 깔렸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졌고, 8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도 결국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근이 된 철거 작업은 위험도에 비해 안전 점검·관리가 부실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무너진 건물은 굴삭기로 구조물을 조금씩 허물어가며, 위에서 아래로 허무는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철거 중이었다. 안전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이미 뒤편 일부를 허물어 구조가 불안정한 건물 앞편이 도로변으로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굴삭기에 짓눌린 뒤편 잔해 더미가 가뜩이나 위태로운 구조의 철거 건축물에 수평 하중으로 작용, 넘어졌다는 설명이다.

건물이 앞쪽으로 쏠리며 무너질 위험이 높았고 사고 당일 이상 징후(특이 소음 발생)가 있어 작업이 중단됐지만, 철거 업체는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4일 오후 4시20분께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주택 개축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 작업자 4명이 매몰,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4일 오후 4시20분께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주택 개축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 작업자 4명이 매몰,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허술한 가림막을 사이로 대로변과 접해 있었으면서도 차량 통행을 제한하지 않았다. 철거 기간 만이라도 일부 차선을 통제했다면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두 달 전 광주 동구 계림동 주택 개축 현장에서 난 붕괴·매몰 사고를 잊은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참극을 불러온 셈이다.

지난 4월4일 광주 동구 계림동에선 노후 목조 한옥 건축물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대수선 공사' 도중 붕괴가 발생, 인부 등이 매몰돼 2명이 숨지고 2명 다쳤다.

한옥 개축공사장 붕괴 사고도 ▲건축법령 어긴 채 임의 공사 ▲수평하중 등 구조 변화 고려 부족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발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국토안전관리원이 공식 발표한 지 2주도 안 지났지만, 이번엔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에서 붕괴·매몰 사고가 났다. 공교롭게도 두 사고 현장은 차로로 약 4㎞ 거리에 불과하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붕괴 사고가 두 달 만에 또 발생해 가슴 아픈 일이다"며 "현장 안전 대응이 잘 지켜졌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면서 "행정당국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살피고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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