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서 추락한 50대 노동자... 밤새 방치됐다가 생일날 주검으로
공사장에서 추락한 50대 노동자... 밤새 방치됐다가 생일날 주검으로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06.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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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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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음날까지 방치되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은 그의 생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A씨(58)가 계단에 놓인 1~2m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높이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A씨는 머리를 다쳐 일어날 수 없었다.

그는 이날 계단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건물 계단에 쓰러진 A씨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쯤 가족의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을 찾아간 동료 노동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머리 충격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게다가 이날은 A씨의 생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은 더 컸다.

이날 공사 현장을 수시로 돌아보며 안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안전 관리자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장 문을 닫기 전 안전관리자 또는 경비원들이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A씨가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됐다면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딸은 “안전 수칙들만 지켰어도 아버지랑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을 거다. 회사가 자기 임무만 다했어도 아버지의 생신날을 기일로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형사 처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검 결과와 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의 종합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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