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아 집에 가자”... ‘잠수교 쪽지’ 속 아들, 숨진 채 가족 품으로
“막둥아 집에 가자”... ‘잠수교 쪽지’ 속 아들, 숨진 채 가족 품으로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03.2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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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수교에 붙은 노란쪽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잠수교에 붙은 노란쪽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최근 사라진 아들을 애타게 찾는 '잠수교 노란 쪽지'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아들 김성훈(25)씨의 시신이 실종된 지 17일 만에 한강에서 발견됐다.

25일 서초경찰서는 "한강 순찰대에서 범위를 넓혀가며 수색하던 중 어제 오전 11시 김 씨의 시신이 동작대교 밑 한강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동작대교는 김 씨가 차량을 세워둔 잠수교로부터 2km 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은 시신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부검 없이 유족에게 인계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씨 가족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같은 소식을 직접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김씨를 찾아달라며 올렸던 ‘처남이 실종됐어요 잠수교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내용을 덧붙였다.

김씨 누나는 “24일 아빠에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다”면서 “서울 가서 확인해보니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우리 막둥이 많이 상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막둥이 발 뒤꿈치만 까져도 '아포아퐁(아파 아프다)'하며 자기 몸 끔찍하게도 생각했던 아기인데, 겁도 많아서 무서운 얘기 하면 '안 무서워', '유치해'하면서 허세부리다가 잘 때는 자기 방 불켜고 자는 애가 안 무서웠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성훈이를 데리고 해남으로 간다"며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 배가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 차려줘야 한다며 계속 우신다. 마음이 찢어지는 게 이런 걸까"라고 덧붙였다.

김씨 누나는 끝으로 “이번에 성훈이가 실종된 뒤 가족처럼 같이 찾아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면서 “저희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 너무나 감사했다”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앞서 김 씨는 7일 잠수교에 차량을 세워두고 사라졌다. 지난 12일 잠수교에 차량 한 대가 며칠째 방치돼 있다는 시민 신고가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 들어오면서 경찰이 수색에 들어갔다.

김씨의 차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차량에 있던 휴대폰에서는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동영상도 발견됐다.

소식을 듣고 해남에서 상경한 가족들은 잠수교 난간에 김씨를 찾는 '노란 포스트잇 쪽지'를 붙이면서 김씨의 사연이 알려졌다. 해당 쪽지에는 '아들, 사랑한다 많이많이. 엄마 지금 서울에 있단다. 너를 찾고 있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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