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될 거야” 총탄에 숨진 미얀마 소녀... 민주주의 상징으로 떠올라
“다 잘될 거야” 총탄에 숨진 미얀마 소녀... 민주주의 상징으로 떠올라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1.03.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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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얀마 반(反)쿠데타 시위 도중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숨지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19세 여성 '치알 신(영어명 천사·중국명 鄧家希)'이 생전 미얀마를 구해달라는 한국어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치알 신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3일 미얀마 반(反)쿠데타 시위 도중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숨지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19세 여성 '치알 신(영어명 천사·중국명 鄧家希)'이 생전 미얀마를 구해달라는 한국어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치알 신 페이스북 갈무리)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군경의 총을 맞고 사망한 19세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문구가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에인절(Angel)’ 또는 ‘치알 신(Kyal Si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여성의 죽음에 관해 보도했다. 앞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경찰의 무차별 사격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만 최소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4명이 넘는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알 신도 이날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에 나갔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숨진 치알 신이 입었던 검은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모든 것이 다 잘될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시위대는 이 문구를 찍어 SNS에 올렸고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치알 신이 피 흘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들의 태권도 선생이자 댄서였던 에인절은 시위에 나서기 전 죽음까지 각오한 듯 페이스북에 자신의 혈액 정보와 연락처, 시신 기증 요청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은 더 컸다. 이에 SNS에는 그녀를 추모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 그녀가 생전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전날 치알 신과 시위를 함께한 시민 미야트 뚜는 로이터통신에 그녀가 수도관을 열어 최루탄을 맞은 시위대의 눈을 씻어줬다고 말했다. 미야트 뚜는 “경찰이 사격을 시작하자 그녀는 내게 ‘앉아요! 앉아! 맞을지도 몰라요. (너무 노출돼 있어) 무대에 있는 사람 같아요’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시민을 향해 총탄을 쏠 이유가 없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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