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은 합헌... 표현의 자유 위반 아냐”
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은 합헌... 표현의 자유 위반 아냐”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1.02.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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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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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5일 A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7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4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형법 제302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A씨는 2017년 8월 동물병원에서 반려견 치료를 받은 후 부당한 진료로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다고 판단, 소셜미디어(SNS)에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올리려다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이에 A씨는 해당 법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A씨 측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이고, 이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를 대리하는 법무부 장관 측은 공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라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민사소송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민사상 구제수단의 경우 소송비용의 부담이 있고, 소송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어 비록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사이 실추된 명예 및 그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법 제310조에 대해 법원이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점도 합헌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유남석 재판관 등 4명은 사실적시 표현에 대한 형사 처벌 주체가 국가가 된다면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해당 조항 중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 적시 부분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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