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여러분”... ‘5.18 가두방송’ 전옥주씨 별세, 향년 72세
“광주시민 여러분”... ‘5.18 가두방송’ 전옥주씨 별세, 향년 72세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1.02.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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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가두 방송을 통해 시민 참여를 독려하며, 항쟁을 이끌었던 전옥주(전춘심)씨가 지난 2018년 5·18 38주년 기념식에 참석,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 영상 캡처)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두 방송을 통해 시민 참여를 독려하며, 항쟁을 이끌었던 전옥주(전춘심)씨가 지난 2018년 5·18 38주년 기념식에 참석,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 영상 캡처)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두방송을 맡아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이끌었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가 16일 급성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2세.

1949년 12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전씨는 원광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뒤 평범한 무용강사로 활동하던 중 5·18을 맞았다. 전씨는 1980년 5월 19일 서울 친척집에 갔다가 광주 집으로 돌아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모습을 보고 마이크를 들고 거리로 나서 항쟁에 동참했다.

전씨는 항쟁 기간 차량에 탑승해 확성기나 메가폰 등으로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가두방송을 하며 헌혈과 항쟁 동참을 촉구했다.

그의 모습은 5·18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배우 이요원이 열연한 '신애'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다만 영화의 장면과 달리 5월 27일 새벽 계엄군 최후진압 작전을 앞둔 시민군의 ‘마지막 방송’은 당시 여대생이었던 박영순씨가 전남도청 1층 방송실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연구자들은 전씨의 가두방송으로 인해 초창기 학생시위에 머물렀던 5·18항쟁이 민중봉기로 발전한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후 전씨는 5월22일 계엄군에게 간첩으로 몰려 체포돼 포고령 위반과 소요사태 등의 죄목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4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전씨는 수감 당시 모진 고문을 받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 때는 증인으로 출석해 광주 참상을 증언하기도 했다.

SNS 상에서 누리꾼들은 “왜 가해자 전두환은 천수를 누리고 그에 대항한 의로운 시민들은 일찍 세상을 떠야 하는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씨 빈소는 가족이 있는 경기 시흥시 시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19일 발인식을 거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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