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얼돌’ 수입 허용... “음란물 아냐, 은밀한 개인활동 간섭 말아야”
법원, ‘리얼돌’ 수입 허용... “음란물 아냐, 은밀한 개인활동 간섭 말아야”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1.01.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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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뉴시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여성의 신체와 흡사하게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 안에 있는 성기구’로 정의한 대법원 판결을 따른 판단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최근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성인용품을 수입·유통하는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판단하고 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세관 처분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으나 90일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볼 수 없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법상 처분사유가 없다. 기존 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세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리얼돌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및 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해당 물품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지도 않고,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할 뿐,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있지 않다”면서 관세법상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유사 소송에서도 "리얼돌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리얼돌을 음란물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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