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가족에 16억 배상하라”
법원 “국가,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가족에 16억 배상하라”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1.01.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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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게 국가 등이 총 1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박준영(오른쪽) 변호사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게 국가 등이 총 1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박준영(오른쪽) 변호사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 최모씨(37)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와 그 가족이 국가와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또한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원,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전체 배상금 중 20%에 해당하는 약 2억6000여만원은 최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익산경찰서 경찰들이 영장 없이 원고 최씨를 여관에 불법 구금해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 자백 진술을 받아냈다"며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원고에 대해 아무리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최초 경찰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는데도 증거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취지 의견서만 믿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이는 검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못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게 오히려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한 이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가 국가 기관과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15세였던 지난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7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한편, 경찰은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김모(40) 씨를 붙잡았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6년 11월 "피고인이 불법 체포, 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범으로 2017년 4월 뒤늦게 잡힌 김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2018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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