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레깅스 몰카’도 유죄... 2심 ‘무죄’ 판단 뒤집고 파기환송
대법, ‘레깅스 몰카’도 유죄... 2심 ‘무죄’ 판단 뒤집고 파기환송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1.01.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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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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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노출하지 않은 신체 부위 또는 노출한 부위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 촬영 당했다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6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해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는 2018년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성의 뒷모습을 8초 동안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 촬영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며 1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같은 2심 판결을 모두 비판했다. 먼저 대법원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모습이 타인의 성적 욕망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따른 처벌 대상은 반드시 노출된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가 '기분이 더럽다'고 말한 부분을 들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분노와 수치심의 표현"이라며 "성적수치심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적 피해를 당했을 때 반드시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며 "성적 수치심이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을 비롯한 다양한 층위의 피해감정을 포섭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보호법익이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임을 최초로 명시하고, ‘성적빡치심’ 같은 다양한 피해감정이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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