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0명 넘어도 전국 2단계 또 주저…2차 유행때도 실기로 위기 자초
정부, 300명 넘어도 전국 2단계 또 주저…2차 유행때도 실기로 위기 자초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0.11.2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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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의 A고등학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의 A고등학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 3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9월 2차 유행때도 정해진 기준과 달리 방역조치를 제때 적용하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3차 유행때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6일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중 3단계인 2단계 상황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했는데, 1→1.5→2→2.5→3단계로 생활방역(1단계), 지역 유행(1.5~2단계), 전국 유행(2.5~3단계) 등으로 구분한다.

2단계는 ▲권역별 1.5단계 기준을 2배 이상 증가 ▲2개 이상 권역 유행 지속 ▲전국 1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300명 초과 중 1개 조건에 도달하면 격상된다.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316.2명이며 수도권의 경우 222.0명으로 1.5단계 기준인 100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수도권과 강원, 호남 등 2개 이상 권역에서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서 전국적 2단계 격상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1월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우리나라가 확진자 수 등 기준을 설정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세분화한 건 6월28일부터다. 당시 2주간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 50명 미만이면 1단계, 50~100명이면 2단계, 100명 이상이면 3단계로 구분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서울도심집회 등으로 2차 유행이 시작됐던 지난 8월엔 16일부터 평균 확진자가 53.5명으로 2단계 기준에 해당됐었다. 이미 8월13일 47명, 14일 85명, 15일 154명, 16일 267명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8월16일 서울과 경기에만 방역수칙 의무화를 적용하고 실내외 모임 인원 제한을 권고하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만 적용했다.

심지어 8월19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1.8명으로 3단계에 해당되자, 정부는 그제서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했다.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한 건 8월23일인데 이때는 평균 확진자 수가 187.5명에 달했다.

2차 유행 때는 9월24일까지 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 3단계 상황이 이어졌는데 정부는 2단계 조치까지만 시행했다. 그러다 수도권에 카페와 음식점 등 출입·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한 게 전부였다.

정부는 10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을 결정했는데, 이때도 평균 확진자 수는 57.5명으로 당시 기준으로는 2단계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8월 초까지만 해도 한자릿수를 유지하던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은 11월 현재까지 두자릿수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나면서 6월 11명, 7월 19명에 그쳤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월 23명, 9월 91명까지 증가했다.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강원도는 14일부터, 수도권은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에 부합했다. 즉 17일부터 2개 이상 권역에서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기준 중 하나는 '2개 권역 이상에서 유행 지속'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격상됐어야 했는데 9일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을 갓 넘겼던 17일만해도 일주일간(11월11일~11월17일)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162.7명이었는데 18일 이후 25일까지 8일간 평균 확진자는 307.3명으로 급증했다.

11월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5일 0시 기준 47명으로 10월 51명에 육박한 상태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는 검사를 받아서 드러난 수치기 때문에 확진자는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같은 유행 상황에선 풍선효과도 우려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2단계로 격상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확산을 같이 막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 교수는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방역 정책의)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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