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 호텔 개조하는 전세대책…"전세대란 해소엔 한계"
상가에 호텔 개조하는 전세대책…"전세대란 해소엔 한계"
  • 정인옥 기자
  • 승인 2020.11.20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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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들이 날씨로 인해 흐리게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들이 날씨로 인해 흐리게 보이고 있다.

 

[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 정부가 극심한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공실인 임대주택을 전세로 바꾸고 상가나 호텔 등 상업시설을 개조해 2년간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이같은 전세대책이 현재의 전세 대란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에 전세형 주택 11만41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계획 중인 전세형 공공임대 물량은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 활용(3만9100가구) ▲공공 전세주택(1만8000가구) ▲신축 매입약정(4만4000가구)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등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1만3000가구) 등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우선 전세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물량의 40%인 4만9100가구(수도권 2만42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3개월 이상 공실로 남아있는 공공임대 3만9100가구(수도권 1만5700가구)를 현행 기준에 따라 신속히 공급하고, 남은 공실을 전세로 전환해 다음 달까지 입주자를 모집한 후 내년 2월까지 입주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공공임대는 6개월 간 비어 있을 경우 공실로 분류한다. 정부는 이를 3개월로 단축하고, 소득·자산의 제한 없이 입주 희망자에게 공급키로 했다.

민간건설사가 새로 지은 주택을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신축매입 약정 물량이 7000가구(수도권 6000가구), 시세 90% 이하로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전세주택 물량 3000가구(수도권 2500가구)도 예정돼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공실 상가, 오피스,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 등 비주택건물을 리모델링한 주거공간이 탄생한다.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을 통해 6000가구(수도권 4600가구)가 공급되며, 신축매입 약정 물량 1만4000가구(수도권 1만 가구), 공공 전세 주택 6000가구(수도권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의 입주가 가능하다.

2022년에는 신축매입 약정 물량 2만3000가구(수도권 1만7000가구), 공공전세주택 9000가구(수도권 6500가구), 공실 리모델링 7000가구(수도권 5100가구) 등 총 3만9000가구(수도권 2만8600가구)의 전세형 공공임대가 공급될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 물량이 반영되면 내년 공급물량이 수도권에서는 27만 가구, 그 중 서울에선 8만2000가구가 늘어나 최근 10년 평균물량에 비해 각각 5만, 1만 가구 이상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전세대란을 촉발시킨 핵심 수요와 정책의 방향이 엇나갔다는 점이다. 전세수요는 아파트를 원하고 있는데 정부는 다세대·다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전세대란이 불거진 주택유형은 아파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급등한 최근 3개월(8월~10월) 아파트 전세가격은 2.20% 상승한 반면 연립주택은 0.37%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2.56% 오른 반면 연립주택 전세가격은 0.53% 올랐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경우도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은 1.93% 상승한 반면 연립주택은 0.05% 오르는데 그쳤다. 경기도를 제외한 8개도 역시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은 1.21% 올랐지만 연립주택은 0.1% 하락했다.

정부가 11만 가구 이상의 전세물량을 시장에 푼다고 해도 실수요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이같은 한계를 인정했다. 김현미 장관은 전날 열린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발표 현장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설기간만 평균 30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신 다세대나 연립, 오피스텔의 매입 단가를 6억원으로 올렸기 때문에 상당히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계획 중인 상가, 호텔 등 비주택을 매입해 주거용으로 고쳐 전세를 놓는 방안도 효과를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선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시는 동묘역 인근 베니키아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전환해 238가구를 공급한 바 있다. 당시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계약을 할 때는 180여 세대가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리모델링된 공간이 주거용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후에도 카펫 바닥을 사용하거나 호텔형 서비스 등 각종 옵션을 더해 매달 60만~70만원의 월세가 부과됐다.

물론 이번 전세대책에서는 LH 등이 직접 호텔과 상업용 건물을 매입해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호텔이나 상가 등을 주거용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호실마다 난방문제와 취사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설을 개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호텔방 크기는 4인 가족이 살기에 매우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1인가구를 위한 원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 다가구를 공공기관이 매입해 전세물량을 늘리는 건 기존에 가만히 두어도 나오는 물량이기 때문에 실제로 공급 물량이 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당장에 전셋집이 없는 게 문제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현재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도 "매입임대는 기존에 있던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의 총량이 변하는 게 아니다. 전세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다"라며 "시장은 기본적으로 아파트를 원하고 있는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신축 다세대 매입임대는 실수요가 원하는 것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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