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억 껑충"...'전세대란' 현실화하나
"한 달 새 1억 껑충"...'전세대란' 현실화하나
  • 정대윤 기자
  • 승인 2020.07.0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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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7월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인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올랐으며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전 지역에서 모두 올랐다. 사진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단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7월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인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올랐으며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전 지역에서 모두 올랐다. 사진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단지.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전세금 올려 받아서 은행에 넣어봐야 0%대 초저금리인데, 누가 전세를 놓겠어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임대차시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거래 장부를 보여주며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기존에 내놨던 전세 물건도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임대차 매물의 90% 이상이 월세"라며 "초저금리에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5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 물건을 보증부 월세인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놓았던 매물을 반전세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세로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려는 것이다.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이 무의미해져 집주인들이 안정적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전셋값이 더 오르는 모양새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와 대출 요건 강화 등으로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원 이상 급등했고, 강북지역에서는 아파트들의 전셋값도 수천만원씩 올랐다. 특히 내년 입주 물량마저 올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은 52주 연속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08% 올랐다.

서초구(0.19%), 강남·송파구(0.11%) 등 강남4구 지역은 전세 전환과 청약 대기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마포구(0.12%), 노원구(0.11%), 구강북(0.08%), 성동구(0.07%) 등도 전셋값이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저금리 기조, 청약 대기 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4.8㎡) 전세 매물은 지난달 1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6.17 대책 직후인 18일에 9억5000만원에 오르더니 현재 전세 호가는 11억원~11억3000만원 선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94.49㎡) 전세 매물 호가도 1억원 가량 올랐다.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 등으로 집값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매를 미루는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초저금리와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공급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덩달아 전세 물건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해 당분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정부의 수요 억제 대책과 초저금리 등으로 인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 상승은 공급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도 전세로 돌아서고,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하거나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전세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반전세로 입주하려는 세입자의 주거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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