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사매거진=정인옥 기자]음주 후 의무보험에 들지 않은 전동 킥보드를 무면허로 운전한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동 킥보드도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본 첫 법원 판결이다. 다만 법원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부장판사는 만취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보행자를 친 혐의(음주운전 등)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의 한 공원 앞 이면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 B(29)씨와 부딪쳐 B씨에게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혔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80%였다.
A씨는 이 사고로 재판을 받던 지난 3월에도 음주 상태로 카니발 승용차를 무면허 운전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9일 저지른 음주운전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무면허,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전동킥보드에 자동차 보험을 들지 않았다며 검찰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을 적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서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하지만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운행하는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극히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이 전동킥보드에 대해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이유로 참작됐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번 판결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법 제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기 전에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