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과 가로아치의 연관성
무지외반증과 가로아치의 연관성
  • 정대윤 기자
  • 승인 2020.03.05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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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팀재활의학과의원 박정욱 원장
탑팀재활의학과의원 박정욱 원장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엄지발가락의 관절은 안쪽으로 튀어나와 보이고 엄지는 바깥쪽으로 꺾여있는 모양으로 변형되는 발을 무지외반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무지외반증의 발생은 발의 세로아치보다는 가로아치와 더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선 발의 아치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보통 아치가 높거나 낮다고 말하는 아치는 세로아치를 말한다. 특히 이 세로아치가 무너진 분들을 평발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발에는 아치가 하나 더 다. 그것은 바로 가로아치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신발 신을 때 볼이 넓다 좁다하는 발등 부분에 가로방향의 아치가 있다. 무지외반증이 있는 분들을 진찰해 보면 거의 다 이 가로아치가 거꾸로 된 U자 모양을 잃고 무너져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진행하며 부채처럼 발등이 U자 모양으로 펴지게 된다. 그러면 보행시 5개의 발가락이 골고루 지지하던 체중이 엄지발가락에만 집중되면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 점차 이 엄지발가락관절은 점점휘고 붓는 변형을 보이게 되는 것이 바로 무지외반증의 원인이다. 물론 평발 경향인 분들 즉, 세로아치가 무너지 분들은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며 엄지에 더 큰힘이 가해져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팔자걸음의 형태로 보행을 하는 경우 엄지에 더 큰 힘이 걸리며 무지외반증을 더 악화시키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세로아치가 스프링 역할을 해서 보행시 발의 충격흡수를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가로아치도 발 앞쪽부분의 충격을 흡수하는 또 다른 장치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지폐의 끝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면 지폐는 힘 없이 아래로 구부려지고 만다. 하지만 지폐를 말아서 펴면 지폐가 구부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동전을 끝부분에 올려놓아도 버틸 수 있는 장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 발도 마찬가지로 가로아치가 그 기능을 해야지만 발 전체와 특히 발 앞부분의 장력을 버티는 프레임 역할을 하게된다. 그래서 가로아치가 무너져 있는 경우 아래로 무너져있는 볼 부분의 바닥을 둥그렇게 되도록 위로 올려주는 것 만이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가로아치와 함께 세로아치까지 모두를 보상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의학에서는 가로아치가 세로아치에 밀려 그 중요성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사이언스’지와 함께 세계 과학논문잡지의 양대 산맥인 ‘네이처’지에 이 가로아치의 중요성을 증명한 논문이 실렸다.

그 내용은 첫째, 모든 영장류 중에서 인류만이 이 가로아치가 존재한다. 둘째, 이 가로아치 없이 세로아치만으로는 인류가 직립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셋째, 실제로 실험을 한 결과 세로아치를 제거하면 발 기능의 1/4정도만을 상실하지만 가로아치를 제거하면 발 기능의 절반 정도가 상실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특히 이 가로아치를 살리는 것이 무지외반을 비롯한 상당수의 발질환 치료의 핵심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무지외반증을 가진 분들 중에 간혹 엄지발가락이 많이 안쪽으로 휘는 이유가 단지 앞이 좁은 신발을 많이 신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하이힐 같이 발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앞이 뾰족한 신발을 신는 것은 분명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평생 운동화나 단화만 신으신 분들 중에도 이런 무지외반증이 있는 분이 상당히 많은데 이는 조이는 신발만이 원인이라면 설명을 결코 할 수 없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은 신발 같은 외부적 요인보다는 가로아치 무너짐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가끔 병원에서 변형이나 통증이 심해 수술을 권유받는 분들이 있는데 수술도 치료 방법으로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은 비뚤어진 발가락뼈를 잘라 똑바로 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술하고 나서 과연 가로아치가 다시 본래의 기능을 찾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의문이 있다. 여전히 발 기능에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가로아치의 회복 없이는 다시 무지외반증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수술을 하신 분들에게 오히려 이런 가로아치를 받쳐주는 깔창 등의 치료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요구된다. 수술적 치료가 고려되지 않는 분들은 가로 아치를 되살려내는 깔창과 야간 스프린트로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또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 사이에 발가락이 더 밀려나지 말라고 보형물 같은 것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는 거대한 발압력의 비대칭 즉, 가로아치가 기능을 못해 무너지는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발의 압력을 보형물만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또 이 보형물이 끼워진 발가락사이에 욕창이나 진물 등이 발생하거나 땀이 차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꼭 무지외반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가로아치와 더불어 세로아치를 조정하여 근본적인 발의 분포를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하이힐 같은 경우는 발의 앞쪽 부분의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무지외반증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악화인자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하이힐이나 높은 굽의 신발을 신어야 하는 경우엔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중족골 패드 혹은 미끄럼 방지 패들를 구입해서 장착해서 사용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과 통증이 호전이 안 될 경우 족부전문의를 만나 발과 타질환여부를 정확히 진단받고 맞춤 깔창을 제작해 사용하시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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