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12조 '수퍼 예산'에도…신종 코로나에 경제성장률 '1%대 전망'
정부 512조 '수퍼 예산'에도…신종 코로나에 경제성장률 '1%대 전망'
  • 최수희 기자
  • 승인 2020.02.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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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제3차 경제활력대책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제3차 경제활력대책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최수희 기자]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 확대되고 '나랏빚'도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재정이 악화되더라도 '수퍼 예산'을 통해 경기 부양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마저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국세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정부의 예상치인 세입예산(294조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본예산 기준으로 2014년(-10조9000억원) 이후 5년 만에 세수 결손이다.

올해 세수 여건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 규모는 292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8000억원 적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의 부진으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회사 실적을 근거로 세금이 책정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소비 등 우리 경제 위축이 지속될 경우 2년 연속 '세수 펑크(결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종코로나가 경기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제 어려움이 지속한다면 세수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469조6000억원·본예산 기준)보다 9.1% 증가한 512조3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당장은 재정 지표가 악화되더라도 재정을 풀어 경기 반등과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지난해(2.0%)보다 0.4%포인트(p) 올린 2.4%로 잡았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71조5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예상치인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42조3000억원)보다 약 30조원 늘어나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가채무도 올해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9.8%인 805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채무는 매년 빠르게 증가해 3년 후인 2023년에는 106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양에 모든 정책을 쏟아붓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불어온 신종 코로나 리스크가 우리 경제 성장을 끌어내릴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신종 코로나의 거시경제적 파급을 예단하기 어려우나 향후 경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국세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세입예산 294조8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국세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세입예산 294조8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분야 피해가 우려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됐던 2015년 6~8월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5.5%(월평균 46만4000명) 감소했고 서비스업생산도 연평균 대비 0.8%p 감소했다.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광공업생산도 일부 위축될 수 있다.

해외 연구기관들은 신종 코로나로 장기화를 반영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성장률을 2.5%에서 1.5%로 1%p나 낮췄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2%에서 2.0%로 0.2%p 하향 조정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도 2.3%에서 2.2%로 내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가 최고 0.2%p 성장률을 끌어내릴 거라고 봤다. 기존 전망치(2.1%)를 고려하면 1.9% 성장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다. KDI가 지난달 22~29일 국내 경제전문가 22명(19명 응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2.1%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내 수출 지원과 피해 업종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던 2003년과 메르스가 발생했던 2015년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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