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씩 늦는 정부 신종코로나 대응…의심환자 놓치고 제3국 검역도 구멍
한 박자씩 늦는 정부 신종코로나 대응…의심환자 놓치고 제3국 검역도 구멍
  • 남희영 기자
  • 승인 2020.02.11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국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뉴시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국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남희영 기자] 중국 이외 지역으로부터 발생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심 환자 분류 기준이나 입국 제한 조치가 한 박자씩 늦어 이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 방문 중 후베이성 우한시에 가지 않았고 마카오를 경유해 입국한 데다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증상이 없어 귀가했던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나온 만큼 결정을 전보다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공개한 26번째(51세 남성, 한국인), 27번째(37세 여성, 한국인)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중 27번째 환자는 증상이 있어 선별진료소에 한 차례 들렀다.

이 환자는 확진 나흘 전인 이달 5일 경기 시흥시 소재 의료기관(신천연합병원)의 선별진료소에 들렀다.

하지만 당시는 지난달 28일부로 개정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지침 제4판에 따라 이 환자는 의심 환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 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이 되려면 ▲후베이성을 다녀온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폐렴이 영상의학적으로 확인된 경우어야 했다.

지금 이 환자가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의사 환자'로 분류해 신종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았겠지만, 기준이 이처럼 바뀐 건 27번째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다녀간 뒤 이틀 뒤인 이달 7일 오전 9시부터다.

그나마 이 환자가 입국 이후 3일 시흥시 소재 음식점을 한 차례 방문한 걸 제외하면 주로 집에서만 머무르면서 접촉자는 32명으로 집계됐지만 추가 발생 우려가 있었던 셈이다.

사례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꾸준히 나왔다.

특히 2차 감염 사례를 제외하면 중국 이외 지역인 일본에서 확진 환자와 접촉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이 나온 12번째 환자(48세 남성, 중국인)가 이달 1일 확인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사례 정의 부분을 어떻게 변경할 건지에 대해서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사례 정의상 중국 여행력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선 "진짜 의심환자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야 가장 적절한 그물망으로 사례정의를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적어도 후베이성에서 오신 분하고의 접촉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입국 과정에서 26·27번 환자와 같은 사례를 확인하려면 이달 12일이나 돼야 한다.

무역업 종사자인 이들 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 광둥성에 체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확진 환자와 접촉한 기억이 없으며 야생동물을 접촉한 적도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환자 27명 가운데 중국을 방문했으면서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26·27번째 환자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는 중국 광둥성이 아닌 마카오를 경유해 한국에 들어온 것도 정부 대응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정부는 4명의 환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신종 코로나 오염지역에서 마카오와 홍콩은 제외했다. 입국과정에서 유일하게 이 부부가 거친 건 발열 감시였는데 당시엔 발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아 추가 검역을 거치지 않았다.

오염지역이 아닌 탓에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건강상태 질문서도 의무가 아니었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27번째 환자는 25번째 환자의 아들·며느리로, 지난 9일 오전 어머니인 25번째 환자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고 이어 같은 날 오후 이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27번째 환자는 25번째 환자의 아들·며느리로, 지난 9일 오전 어머니인 25번째 환자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고 이어 같은 날 오후 이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마카오와 홍콩 등 지역에 대해선 오는 12일께 오염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후베이성이 아닌 광둥성으로부터의 유입에 해당한다면 입국 제한 지역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광둥성은 저장성과 함께 우리나라 여러 전문가들이 주의해서 보던 지역"이라며 "2주 전부터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던 지역이었던 만큼 정부가 이들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할 지점이 생겼다"라고 진단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후베이성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있을 거란 점을 시사하는 사례"라며 "중국에서 온 사람들을 관리할지 말지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른 지역의 환자 추이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내 다른 위험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부처 내 다수 의견은 최근 일주일간 중국 입국자가 줄어드는 등 현재 상황이 잘 관리되고 있으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10일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장은 명시적인 입국제한조치 등이 시행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기로 했다"며 "향후 춘절동안 제한되었던 이동이 이제 본격화되는 데 따른 추가 확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평가가 필요하겠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