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무주택자 '그림의 떡'…무순위 청약 경쟁률 과열 '과열' 왜일까?
현금 없는 무주택자 '그림의 떡'…무순위 청약 경쟁률 과열 '과열' 왜일까?
  • 고천주 기자
  • 승인 2020.02.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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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고천주 기자] 최근 수도권 비규제지역 분양시장에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일반 청약 경쟁률을 웃돌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에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나온 미계약분 잔여세대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청약 통장이 필요 없다.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19세만 넘으면 누구나 청약에 나설 수 있다. 또 당첨 기록이 남지 않아 이후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예전 무순위 청약 물량은 대부분 미분양 물량이었지만, 최근에는 1순위에서 수백 대 1에 달하는 인기 단지에서도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오고 있다. 청약 가점을 잘못 계산했거나 중복 당첨, 자격 미달 등 청약 부적격 사유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 과열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이 서울과 강남, 고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규제를 비켜간 수도권에 투기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 효과'라는 해석이다.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면서 현금을 보유한 예비 청약자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에 몰린다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경기 수원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무순위 청약에 6만7965명이 몰려 평균 1618대 1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미계약 잔여 물량 4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6만7965명이 신청해 경쟁률만 1618대 1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별로 39㎡가 12가구, 43㎡는 17가구, 59㎡A는 5가구, 84㎡가 8가구다. 이중 전용면적 84㎡의 경쟁률이 5477.3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59㎡A(3348대 1) ▲43㎡(341대 1) ▲39㎡(133대 1)가 뒤를 이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6개월 뒤 전매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비청약과열지역이다. 이로 인해 단기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인천의 '부평 두산위브 더 파크'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무순위 청약에 각각 4만7626명, 4만1922명이 신청했다. 또 안양 만안구 '아르테자이' 무순위 청약에 3만3524명이 몰렸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자금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의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에 나서는 이른바 '줍줍'(미계약 물량을 줍는다는 은어)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는 여전히 유동자금이 많고, 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말 청약 기준이 한층 강화되고, 청약 가점도 높아지면서 특별한 자격 기준이 없는 무순위 청약에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무순위 청약이 현금 부자들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무순위 청약이 부모에게 현금을 증여받아 집을 사는 이른바 '금수저'들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순위 청약은 당첨이 불가능한 유주택자나 현금부자들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일종의 특별 분양이나 다름없다"며 "청약 시장에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무순위 청약에 대해서도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넣거나 예비 당첨자 비율을 늘리는 등의 기준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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