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성형, ‘페이스오프’보다 진보된 인간적인 미래를 꿈꾸다
재건성형, ‘페이스오프’보다 진보된 인간적인 미래를 꿈꾸다
  • 정대윤 기자
  • 승인 2019.11.2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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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의 본래적 목적은,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부위의 원형 복원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홍콩느와르 영화의 전설로 기록되는 <영웅본색>,<첩혈쌍웅> 등을 연출한 홍콩의 오우삼 감독이 헐리우드로 가서 연출한 작품 중에 <페이스오프>(1997년)라는 영화가 있다. 형사가 수술을 통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범죄자와 얼굴을 통째로 바꿔 범죄조직에 침투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정체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영화였는데,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보통 ‘성형수술’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미용성형’이지만, 본래 성형수술의 역사는 (비록 극단적인 영화적 상상력이긴 하지만) 이처럼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 부위를 원형으로 복원하기 위한 목적의 ‘재건성형’에서 시작되었다.

성형의 영어표기인 ‘플라스틱(plastic)’은 고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하였는데, 원래 이 뜻은 ‘틀에 맞추어 형상을 만든다’라는 의미다. 성형이라는 단어도 이러한 의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성형외과(plastic surgery)는 본래적인 의미에서 이러한 성형을 담당하는 특수 외과 분야다.

재건성형은 한번 손상이 발생한 상태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과정 필요

성형외과는 크게 성형 및 재건외과로 나뉜다. 성형이라는 말 대신에 미용(aesthetic)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코 수술, 지방흡입술, 쌍꺼풀 수술, 턱 수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재건(reconstruction)이란 변형되거나 결함이 있는 부위를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시도를 말한다. 구순구개열, 안면 기형과 같은 각종 선천성 기형뿐만 아니라 사고로 인한 화상과 외상 등도 성형외과의 재건 수술 분야에 해당한다. 또한 종양 제거 수술과 함께 재건 성형 수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방 절제술 후에 시행하는 유방 재건술이다.

[청주마이크로병원 형남경 원장]프로필-성형외과 전문의-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前)국군통합병원 병원장-前)카톨릭 의정부 성모병원 외래교수-現)마이크로병원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 학회 정회원-대한미용성형외과 학회 정회원-대한수부학회 정회원-대한화상학회 회원
[청주마이크로병원 형남경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前)국군통합병원 병원장, -前)카톨릭 의정부 성모병원 외래교수, -現)마이크로병원 성형외과 원장, -대한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미용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수부학회 정회원, -대한화상학회 회원

 

청주마이크로병원 형남경 원장은 “재건성형을 하는 부위는 굉장히 많습니다. 유방암 수술과 같이 질환으로 인한 절제로 손상된 부위를 재건하기도 하고, 부상으로 인해 코뼈가 부러지거나 안와골절이 발생했을 때 재건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화상을 입어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었을 때 이를 복구하기 위한 것,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을 때 이를 다시 접합하는 것도 재건 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건 수술이 다른 수술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재건성형은 한 번 손상이 발생한 상태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뼈가 부러진 경우에도 뼈에 금이 간 정도일 수도 있지만 뼈가 산산조각이 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재건 수술을 할 때는 이처럼 조각 난 뼈를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다. 화상을 입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린 피부를 복원시켜야 하는 만큼 굉장히 섬세한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유방암 수술처럼 종양 제거 수술과 함께 재건성형 수술을 시행하기도

몇 년 전,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유방 재건 수술은 주로 유방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도려낸 경우 많이 시술된다. 유방의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고 나면 종양이 있던 자리가 텅 비게 되는데 이 경우, 보통 대흉근의 아래와 전거근 전방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게 된다. 피부와 근육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인공 보형물의 삽입만으로도 처음 모양으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절제 부위가 광범위해 피부의 여유가 없을 때는 피부를 인공적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 추가된다. 실리콘 주머니를 삽입한 다음 오랫동안 천천히 실리콘 주머니에 생리 식염수를 넣으면 피부가 확장되는데, 그 다음 처음 넣었던 실리콘 주머니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대신 환자의 자가조직을 이식할 수도 있다. 이를 ‘피판술’이라 한다. 유방 재건에 사용하는 자가조직에 복직근, 광배근 등이 있다. 복직근은 배꼽과 치골 사이의 근육으로 유방 재건에 충분한 조직을 얻을 수 있지만 복근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형남경 원장은 “광배근은 옆구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인데, 복직근 만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겨드랑이를 통해 기존에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이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광배근은 일반적으로 보형물 위를 덮는 조직을 재건할 때 쓴다.”고 설명한다.

최근 재건성형은 환자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해 수행

화상 상처가 아무는 데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재건수술은 그 이후에 하게 된다. 우선, 작은 흉터는 깨끗이 들어낸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한다. 큰 흉터는 허벅지나 엉덩이 살, 동물· 인조피부, 사체(死體) 피부를 떼어내 이식한다. 상처가 깊으면 피부뿐 아니라 혈관까지 떼어내 혈관을 이어 준다. 머리 화상은 피부를 부풀려 늘린 상태에서 문제의 피부 조직을 떼어내고 늘어난 살을 당겨 붙이면 머리카락이 자라기도 한다.

피부이식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전층 피부이식술(FTSG)이 있다. 피부이식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의 수술이지만 수술 결과는 효과적이기 때문에 중요한 치료법이다. 특히 손상된 피부 범위가 넓고 떼어내는 피부의 면적은 제한되므로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에 따라 두세 번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부분 피부이식술(Artificial dermis & STSG)은 피부 표피와 진피의 일부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방법이고, 인조진피를 이용한 피부이식술의 경우 부상 범위가 넓거나 떼어낼 피부가 적은 경우 인공진피를 사용하여 이식하게 되는데, 인조진피와 부분 피부이식술을 병행하여 이식하여 인조진피를 먼저 화상부위에 대고 그 위에 자기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피부가 얇아서 생기게 되는 구축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남경 원장은 “과거의 재건성형은 기능의 복구나 정상 형태의 재건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등 환자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재건성형이 환자의 ‘삶의 질’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라며,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을 넘어서 ‘페이스오프’보다 진보된, 하지만 더 인간적인 그 다음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 이것이 의학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방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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