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앞둔 삼바 수사…검찰, 경영승계 입증에 사활
종착역 앞둔 삼바 수사…검찰, 경영승계 입증에 사활
  • 정대윤 기자
  • 승인 2019.07.1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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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측 '삼성 요구로 합병비율 산정' 진술
합병과정에서 바이오로직스 가치 크게 적용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주간시사매거진=정대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조작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의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 산정과 연관돼 있고, 그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결국 이 부회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당시 합병 비율 조작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다수 확보, 최고책임자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앞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삼정·안진·삼일·한영 등 회계법인 4곳의 인적·물적 증거를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관련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회계법인 4곳 또한 대상에 포함했다. 이후 이뤄진 회계법인 측 관계자 조사에서 검찰은 '삼성 측이 요구한 합병 비율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진술을 확보, 보고서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법인 측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1(제일모직)대0.35(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정하는 데 있어 삼성 측의 요구와 조율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추도록 요구했다는 취지다.

회계법인으로선 업계 최대 규모의 금전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삼성 측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이 결국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지적이 그간 줄곧 제기돼 왔다.

검찰은 삼성 측이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근거를 만든 뒤 회계법인의 조작 보고 등을 통해 합병 비율을 의도한 대로 산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결국 분식회계 의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하나의 요소 중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에 검찰은 최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사장,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 등을 불러 본격적으로 해당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합병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 대표는 분식회계 의혹의 '윗선' 중 하나로 지목됐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5일 소환된 이후 연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간 확보한 증거와 개별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병확보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검찰의 '칼끝'은 곧바로 범행의 최고 지시자이자 책임자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통상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합병 과정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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