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무기’ K-9 자주포, 부품은 ‘불량 부품’
‘명품 무기’ K-9 자주포, 부품은 ‘불량 부품’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4.03.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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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시험성적서 위조하여 납품한 군납업체 무더기 적발

국방부가 ‘명품 무기’라 홍보하던 K-9자주포 등의 부품을 납품하는 군납업체들이 공인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적발됐다.

▲ K-9 자주포 ⓒ 국방부 플리커

17일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에 따르면 성적서 조작은 주로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조립부품이나 수리 부속류에서 나왔다. 규모별로 보면 종업원 30명 미만 145개 업체(60.2%), 30∼100명 73개 업체(30.3%), 100명 이상 23개 업체(9.5%) 순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위·변조된 시험성적서 2749건 가운데 89.7%인 2465건이 육군 기동화력 장비 부품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군이 '명품 무기'로 홍보해 온 두산 DST의 K21장갑차(268건)와 삼성테크윈의 K9 자주포(197건), 현대로템의 K2전차(146건) 등이 불량 부품 사용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 밖에 장병 급식 재료 중에는 장류, 소스류, 가공식품 등 27건에 시험성적서 조작이 있었으며 고추맛기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해 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시험성적서 위조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함정 분야에서도 차기수상함구조함에 펌프 주물제품류 등 10건의 위·변조 부품이 사용됐으며, 60㎜ 고폭탄, 40㎜ 유탄 등에도 일부 불량 부품이 들어갔다. 조준경, 단안야간투시경에도 불량 볼트·나사류 등이 적발됐다.

기품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위·변조 품목 때문에 운용 중인 장비의 가동이 중단된 사례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장비의 내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품목을 전량 정상품으로 교체하고 있다”면서 “주로 중소 협력 업체들이 납기 지체와 품질 관리 역량 부족에 의한 규격 미충족 등을 모면하기 위해 품질 관리 체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품원 측은 “적발된 것이 주로 필터류, 고무제품 등으로 무기체계를 구성하는 최하위 부품들이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 영향을 미칠 만한 품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방과학기술을 집약하여 ‘국산 1호 명품 무기’로 불리며 터키에 수출하기도 한 K-2 전차, 한국을 세계 11번째 헬리콥터 개발국 반열에 올린 수리온(KUH-1) 기동헬기 등 국방기술 선진국의 체면을 구기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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