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양재오 신부의 에세이집 ‘지금도, 바람이 분다’
삶과 죽음에 대한 양재오 신부의 에세이집 ‘지금도, 바람이 분다’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8.10.2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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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사매거진 = 남희영 기자]우리는 다가오는 죽음에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을까? 1996년부터 지금까지 타이완에서 20년 넘게 사목활동을 이어온 양재오 신부의 에세이 ‘지금도, 바람이 분다’는 죽음과 늙음에 관한 성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양재오 신부는 사제의 신분으로 많은 이들의 죽음과 노년을 지켜보았다. 젊었던 여성이 할머니가 되어 자식과 손자의 도움으로 평온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 치매로 인해 어린아이처럼 사는 노인 등 양재오 신부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 인생의 황혼기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여 준다.

어떻게 우리는 죽음에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양재오 신부는 나이가 들면 죽음을 후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늙어서는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후회스러운 일, 만족했던 일 등 모든 기억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 전체를 관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죽음을 안타깝게 할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삶에 더욱 충실하라는 뜻이다. 늙었기 때문에 고통을 잊거나, 늙었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늙었기 때문에 더욱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 내일 떠오르는 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약이 있는가. 하루가 저물 때 그 하루를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 여기고,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여기면, 그때 마음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날까. 세상과 작별할 그날과 시간은 알 수 없으나, 그날과 시간이 내게도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그때 아무런 여한 없이, 다가오는 그 손길에 나를 기꺼이 내어 맡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고 다행일까!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주간시사매거진 = 남희영 기자 nhy@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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