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부실공사
[발행인 칼럼] 부실공사
  • 편집국
  • 승인 2018.08.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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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대윤 국장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같은 자리에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요즘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실이 그렇다. 이념으로 갈린 남과 북처럼 수도권과 지방,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은 갈수록 커진다. 각종 사건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그 이전에는 저마다의 ‘원인’이 있어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틀린 것을 찾는 것 보다 다른 것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될 때도 있다. 사회에서 보는 나 자신과 스스로가 인식하는 나 자신조차 다른 시선으로 보면 완전히 다르니 온통 불확실한 것투성이다. 그래도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좀 다른 꿈을 꾼들 어떠랴’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서민들에겐 꿈 같은 일이지만 집을 한 채 짓는다고 해보자.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에 어디에 짓느냐를 결정해야한다. 아무리 잘 지어도 부지를 선택할 때 오류를 범하거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결국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맘에 드는 반듯한 부지를 정하면 그다음은 거주자의 니즈에 맞는 설계와 꼼꼼한 시공일 것이다. 물론 모든 계획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정한다. 아무리 기가 막힌 설계도 공사비가 없으면 나중엔 빛더미에 앉아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르고 부실한 자재를 쓰면 하자가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취향에 맞는 실내 인테리어 정도로 조금씩 바꿀 수도 있다.

국가는 그렇게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 같은 집이 아닐까. 전망이 좋은 로열층도 있고 해가 잘 드는 남향도 있다. 여유가 있으면 철마다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비싼 가구를 들여놓고 같은 공간을 나름의 취향대로 살아도, 애초에 제대로 짓지 못하면 층간소음이나 고장이 잦은 엘리베이터 때문에 불편하긴 마찬가지이고 이사를 할 수 없다. 나라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는데 저층에 사니 안타면 그만이라 하고 이참에 해외여행 계획이나 세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부실공사 아파트에 살다보니 매일매일이 공사 중이다.

적어도 우리는 인테리어 정도로만 다른 꿈을 꾸고 싶은데 말이다. 취향만으로도 싸울 일이 많을 터인데 자꾸 이미 지어진 집을 탓하게 한다. 안그래도 온갖 하자가 발생하는 집에서 사는 것도 화가 나는데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짓고 관리하는 일꾼들이 자꾸만 돈을 더 내란다. 그래도 수고가 많다는 생각에 적당히 지불하며 참고 살려는데 수리는 하지도 않은 채 불편하게 일꾼들끼리 싸우는 것까지 봐야한다. 전문가이긴 한지 의심까지 들게 된다.

빚을 얻어서 좋은 집에서 살든, 좁아도 맘 편히 살든 사는 사람 마음이다. 강남과 강북의 재산 격차가 문제가 아니라 강남 집값에 유리한 사회의 흐름이 문제다. 이는 인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파트라는 ‘집’에선 어느 층에나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라는 인식만 고장나지 않아도 당장의 불편함은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제 ‘집’은 더 이상 주거시설이 아니다. 그저 ‘부의 상징’이다. 나름대로 호화로운 지방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 보다 강남 한복판의 쪽방에 사는 사람을 더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건 정책이나 법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다.


[주간시사매거진 = 편집국 / ntpress@weekly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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